우리사회는 대학을 지식인 집단이라고 칭한다. 그 만큼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진리를 탐구하고 불의에 저항하며 정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그 업적과 공로는 가히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도 대학 간 차이는 있지만 연구와 인격함양을 통한 인재양성은 국가운영과 사회질서의 밑거름 역할을 한다. 물론 1990년대 대학이 난립하면서 학력이 높아진 반면 고학력자의 실업률이 높아진 부작용도 있으나 아직도 대학은 순기능이 더 많다.
최근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겹치면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정도로 가정마다 ‘먹고 대학생’ 문제가 심각하다.
급기야 정부는 고학력 실업문제는 물론 국민 혈세는 까먹는 ‘좀비대학’들에 대해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들고 나섰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이젠 대학 스스로 자구책을 찾지 않으면 학생부족으로 퇴출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해 온 상당수 사립대학들은 존립 위기에 직면해 있다. 
충북지역 대표 사립대학으론 한수이남에서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청주대학과 서원대학이 있다.
이들 사학의 공통점은 설립자나 재단의 후손들에 의해 사실상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운영돼 오면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특히 설립자의 파행운영을 비롯해 학원 매각, 학내 분규 등으로 가장 오랜기간 풍파를 겪은 곳이 서원대학이다.
이 대학은 1968년 설립된 이래 4차례나 학원이 매각되고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으로 파행을 거듭해 오다 수 년 전부터 정상 운영되고 있다.
2012년 손용기 이사장(81)이 이 대학은 인수하면서부터다. 손 이사장의 궤적을 보면 식당 운영과 부동산 컨설팅으로 돈을 벌어온 사업가다. 교육과는 무관했으나 그렇게 벌은 돈을 인생 말년에 육영사업에 투자했으니 어떤 재력가보다 삶의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손 이사장의 아들인 손석민 총장(50)의 부적절한 처신은 학교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기에 충분하다.
부친이 학원을 인수한 2012년 40대 초반 나이부터 최근까지 이 대학 수장을 연임중인 손 총장이 최근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 생일을 맞아 아파트 광장이란 공개적인 장소에서 에어팬스를 치고 호화파티를 열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아들의 친구들임을 감안할 때 ‘특권의식’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파티를 연 아파트는 청주에서 최고가를 자랑하는 곳으로 대부분 지역사회에서 내로라하는 부유층 인사들이 사는 곳이다.
이 곳에서 공개적으로 생일파티를 열어준 것은 맛난 음식과 함께 아버지와 가족의 존재감을 아들 친구들과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에게 인식시켜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손 총장 가족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는 개인소유가 아니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구입한 학교 소유의 관사이다. 서원대는 이 관사 관리비 4600만원을 학교 돈으로 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그렇다면 손 총장은 학생들이 낸 고혈의 등록금을 가족을 위해 남용해 온 것과 다름 없다. 교육당국은 도덕적 비난을 넘어 법률적 위반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까지 “학교 망신을 왜 총장이 나서서 시키는지 모르겠다” “우리 등록금으로 생일파티 한 것 아니냐”는 등 비난을 들어서야 상아탑의 대표로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까지 직접나서 실업난을 챙기는 상황에서 대학 총장은 청년실업 문제의 최일선 책임자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총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분노하고 대학의 이미지에 먹칠을 해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금수저로 출생한 초등생 아들을 이 시대가 요구하는 큰 인물로 성장시키려면 빗나간 자식 사랑으로 특권의식을 키우기보다는 평등과 공정, 정의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정의와 진리를 외치는 상아탑의 주인이 지녀야 할 도덕적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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