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청 앞 기자회견 모습.

(사)충청북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충북자연)는 16일 오전 11시 음성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중증지적장애인 B씨와 그의 어머니에게 각서를 쓰게 한 관계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충주 및 음성군 내 일부 장애인 관련단체 20여 명의 관계자가 자리를 함께 했다.

먼저 B씨 어머니는 “아들이 (센터에) 다니게 된 것이 좋아서, 자랑하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찍은 사진이었다”며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음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미정 센터장은 “음성군과 센터측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를 높였다.

또한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심현지 센터장은 “깨끗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게 무슨 잘못이 되느냐”면서 “이 사건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주장하는 센터에서 벌어졌다, 이율배반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음성군지부 남인숙 지부장도 “이런 무모한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계방향으로) B씨 어머니, 정미정 센터장, 남인숙 지부장, 김현순 부지부장, 심현지 센터장.

한국장애인부모회 음성군지부 김현순 부지부장이 낭독한 이날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장애인 B씨는 음성군장애인고용센터 추천으로 음성군 일자리사업에 참여해 지난 1월 2일 음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 입사했다.

B씨는 지난 3월경 자신이 근무 중인 모습을 어머니에게 자랑하기 위해 사무실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에 사무실 직원 C씨가 자신이 찍혔다며 성희롱이라 하며 휴대폰을 압수해 사진을 삭제하고, 음성군에 이의제기를 했고, 음성군의 중재로 일단락된 듯 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B씨와 C씨간 대화를 하던 도중 ‘사진이 있느냐’고 묻는 C씨의 물음에 B씨가 ‘사진이 있다’고 대답하자, 관리자의 지시로 공익요원 등이 휴대폰을 압수해 갔다.

이후 (센터측은) B씨를 집에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음성군청 담당자가 B씨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저녁 8시경 어머니가 센터에 도착했다.

계속해서 김현순 부지부장은 “어머니가 도착할 때까지 B씨는 별도의 방에서 공익요원의 감시하에 감금되어 있었고, 심지어 공익요원은 화장실까지 따라다니며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머니가 사무실에 도착한 후, B씨와 어머니는 센터 관계자가 불러 주는데로 각서를 쓰게 됐고, 각서를 쓰고 난 이후에야 휴대폰을 돌려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각서를 쓴 현장에는 음성군 ·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관계자, 공익요원 등 7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위쪽) B씨가 쓴 각서, (아래쪽) B씨 어머니가 작성한 각서.

김현순 부지부장은 “음성군 관계자와 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근무시간외까지 장애인의 휴대폰을 빼앗고 한 공간에 감금하고 화장실까지 따라 가는 등 장애인에게 공포를 주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로 인해 B씨는 일자리를 잃었고, 어머니는 어머니라는 이유로 아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각서를 쓰게 된 것”이라고 분노했다.

김현순 부지부장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이야기하는 센터에서 장애인 어머니에게 책임을 묻는 각서를 쓰게 한 것은 국가책임제를 부인하는 행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성군과 센터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가책임제를 외치는 부모들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그 부모를 불러 각서를 쓰게 하는 것이 음성군의 현주소”라며 “음성군은 관계자를 철저히 조사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고, 앞으로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제시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 15일 뉴스1 보도에 의하면 해당 센터장은 "B씨는 여성인 C팀장의 특정 부위를 촬영했다"면서 "우리가 피해자이고, 가둔 게 아니라 어머니가 올 때까지 보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각서를 쓰게 한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한 성희롱임에도 형사고발 하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각서를 쓰도록 한 것"이라며 "B씨는 C팀장에게 욕도 하고 신발까지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장애인 관련 일을 하며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라며 "B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성희롱이나 복구라는 단어 뜻 자체를 모르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에서 조사하다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다. 

한편, 음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16일 음성타임즈와 통화에서 “현재 C씨는 모 병원에 입원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센터장과의 인터뷰는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서 충북도내 군단위로는 최초로 출범한 음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지난 2017년 9월 19일 개소식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5년간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허진 기자  estimes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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