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뉴스1 충북세종 본부장

최근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다 포기했다는 자유한국당 소속 한 핵심 당원을 만났다. 그는 안부를 묻는 필자에게 “친박 국회의원 X들만 보면 화가 나 탈당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가적 현안을 현실이 아닌 이념의 시각으로 봐 실정을 거듭하는데도 107석의 제1야당이 대안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데다 더욱 화가 나는 건 ‘당은 친박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다 망쳐놓고 당원 모집하라’고 닦달하니 화가 치밀어요.”

그의 분노한 표현은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한국당의 자화상이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탄핵과 구속기소로 당이 동반 몰락했으나 그래도 ‘살아 누리고 싶은 욕망’은 남아 있는 모양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며 연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건 한국당이 장악한 충북도의회도 마찬가지다.

도의회는 4일 사상 초유의 물난리를 외면하고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 국민적 공분을 산 3명의 도의원에 대해 각각 출석정지 30일과 공개사과라는 솜방망이 징계 결정을 내렸다.

소속당의 제명 결정과 함께 ‘정치판을 떠나라’는 국민의 명령을 대의기관인 도의회가 철저히 거부한 것이다. 이런 작태를 벌여놓고 유권자들에게 입당원서를 권유하며 차기 선거까지 기대하고 있으니 시민들을 뭐로 보는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충북지역 정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현실은 극명하게 갈린다.

민주당의 경우 소통과 탈권위 행보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80%대를 넘나드는 데다 당 지지율이 50%대를 육박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정치인들이 대거 몰리는 상황이다.

‘공천은 곧 당선’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충북도지부 사무처에 따르면 하루 100~200장의 권리당원 입당원서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장(場)은 열었지만 사람이 모이질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 안팎의 저조한 당지지율을 반영하듯 충북도지부 사무처에 접수되는 입당원서가 민주당의 10분의1에 남짓한 하루 20~30명 안팎에 불과하다며 울상이다.

정당사상 처음으로 물건 값도 아닌 권리당원 당비를 2000원에서 1000원으로 할인을 해주는 전대미문의 이벤트를 벌여도 관심 밖이다.

‘당원모집 성과를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중앙당과 당협의 엄포(?)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 지망생들이 입당원서를 들고 동분서주 하지만 과거 여당일 때와는 사정이 딴 판이다.

주변의 권유로 마지못해 입당원서를 쓴 사람도 당원이 된 것을 쉬쉬하며 부끄러워하고 있으니 의미 없는 당원 모집에 지지율이 올라갈 리 만무하다.

원인은 자명하다. 당원 모집에 앞서 선행해야 할 무능, 무책임, 오만 등 당의 적폐를 청산해야하는 책무를 이행하지 않은 탓이다.

아직도 집권시절 국가와 국민에게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책임을 지고 용서를 빌어야하고, 향후 어떻게 변화해야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자신들에 의해 궤멸한 보수정치, 분노한 국민, 지지할 곳 없이 떠도는 보수층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니 보수의 핵심 가치인 책임도, 반성도 없다.

귀족정당의 유전자를 보전한 채 오로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희생과 고통이 따르는 혁신은 뒤로하고 친박과 비박간 추잡하고 저급한 권력놀음을 하고 있다.

국민혈세로 밥만 축내는 ‘식충이’정당과 다름없다. 그러니 당지지율이 보여주듯 극단적 수구보수가 아니면 그들을 지지할 리 없지 않은가.

언제나 속 시원한 논평과 불안하고 불만스런 국정운영에 해법을 제시해주는 ‘대안정당’이 될까 기대했던 국민은 이제 포기상태다.

최근 들어 국민여론을 의식한 듯 박근혜 전 대통령 흔적을 걷어내기 위해 출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그 건 껍데기에 불과하다. 권력에 취해 타락한 영혼과 정체성, 가치를 바로세우지 못하면 신뢰는 회복할 수 없다.

‘자립갱생’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만을 기대하면 지금 벌이는 입당원서도, 공천장도 모두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민심 떠난 공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루라도 먼저 당을 몰락시킨 권력의 부역자들과 결별하고 보수의 가치를 살릴 정풍운동을 벌여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 뒤 보수가 걱정하는 안보, 탈원전, 복지확대, 비정규직, 최저임금제, 인사 난맥상 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 폭주에 제동을 걸고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죽어야 산다(死則生)’는 말이 지금 한국당에 가장 적확한 충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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