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뉴스1DB

"지방의원이 꼬붕(부하)도 아니고 아랫사람 부리듯 이래라저래라하는 게 지방자치를 그리 잘 안다는 3선 지사가 어디 할 짓인가."

자치경찰제 조례안 재의 요구를 둘러싼 이시종 충북지사의 행태를 보고 경험한 어느 충북도의원의 절망에 가까운 탄식이다.

13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충북도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재의결을 위한 임시회가 14일 열린다.

지난달 30일 도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안을 이 지사가 다시 의결해 달라고 임시회 소집까지 요구하면서 어쩔 수 없이 '원포인트 임시회'를 결정했다.

의원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자신들이 통과시킨 조례안을 다시 의결하는 것도 마뜩잖고, 재의 요구 과정에서 이 지사의 '물밑 작업'으로 내분까지 일어난 탓이다.

재의 요구 전 이 지사가 의원들과 접촉해 조례안 부결을 회유했고, 조례안이 폐기될 수 있는 정족수 11명의 의원을 포섭했다고 판단한 이 지사가 재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포섭 작전에 넘어간 의원들은 본인들이 의결한 조례안을 부정해야 하는 꼴이다. 내분이 일고 일부 의원들이 원색적인 표현을 써 가며 분개하는 이유다.

한 의원은 "협조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명령하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며 "꼬붕도 아니고 어디 이게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혀를 찼다.

또 다른 의원은 "집행부가 원하는 쪽으로 수정안을 내 달라고 회유하다가 수포가 되니 이제는 통과된 조례안까지 부정하라고 획책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충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뉴스1DB

앞서 충북도가 낸 조례안을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행문위)가 수정해 본회의로 넘기자 이 지사는 일부 의원과 접촉해 이를 되돌리는 수정안 발의를 요청했다가 작업에 실패했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이 지사의 연이은 참견(?)에 도의회는 사분오열됐다. 조례안 재의결을 앞두고 찬반으로 나뉜 의원들과 중재에 나선 의원들까지 혼란 자체다.

특히 만에 하나 조례안이 부결되기라도 하면 본인들이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의결한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 그에 따른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자치경찰 시범운영을 비롯해 7월 본격적인 운영에 차질이라도 빚으면 그 후폭풍을 고스란히 도의회가 뒤집어쓸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 지사는 도의회를 통과한 조례안 가운데 국가직인 경찰공무원에게 자치단체 예산을 지원하도록 한 것은 지방자치법에 어긋난다며 지난 3일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충북도가 예산 지원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 현행법과 어긋나기 때문에 지방자치법이 정한 자치단체장의 책무를 다하기 위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재의 요구에 앞서 의원들과 접촉해 '물밑 작업'까지 벌여 회유와 포섭에 나선 것을 따지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이 지사의 입맛대로, 충북도가 원하는대로 조례를 만들려는 속셈의 재의 요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 지사와 충북도는 자치경찰 후생복지와 관련해 '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으로 한정한 조례안을 제출했으나 도의회 행문위는 이를 명시한 16조를 수정했다.

처음 조례안과 달리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확대한 것인데, 이 지사는 이것이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고 여기고 있다./기사출처=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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