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뉴스1 충북세종 본부장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 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집권과 함께 시작된 적폐 청산이 아직도 진행형이다. 검·경은 물론 감사원, 국세청 등 정부 권력기관이 총 동원된 이 작업은 압수수색, 피의자 소환, 구속영장 청구 수순으로 적폐 대상자들을 벌벌 떨게 하고 있다.

국민은 적폐 청산 초기 과거 정권의 오만과 부정을 척결하는 데 통쾌해 하며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적폐의 표적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데다 포승줄에 굴비처럼 엮여가는 옛 정권 인사들의 모습에서 정치보복이란 물음표와 함께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렇다고 권력을 농단한 세력을 용서하는 건 아니다. 아직도 침묵하는 다수는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보수정치를 궤멸시킨 박근혜 정권의 핵심세력이 통렬한 반성과 혁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격분한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패권을 노리는 뻔뻔스런 폐족 친박 핵심세력의 ‘두더지‘ 근성은 보수정치의 환멸을 부른다. 그래서 그들을 향해 들이대는 검찰의 칼은 보수의 재건을 간절히 기대하는 세력에겐 또 다른 희망이다.

그들이 ‘국민통합’이란 명분으로 모의하는 친박 부활의 움직임은 민심의 역주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2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박계의 김성태 의원이 당선된 건 ‘하늘이 도운’것과 다름없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적폐 청산을 한다면 아마도 자유한국당은 지역주의에 매몰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완전 소멸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2년여가 남은 총선에 시간적 여유를 부리듯 구태정치의 작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 존재감도 없다. 오죽하면 그들이 지지세력이라 믿고 있는 보수층에서조차 ‘문재인 정부의 폭주도 밉지만 한국당이 더욱 밉다’고 할까.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는 피로감과 함께 하명수사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으나 계속돼야한다. 다만 정적 제거 수단이 아닌 미래를 위한 시스템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한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이를 위해선 적폐 대상을 진영의 시각으로 보지 말고 헌법적 가치를 준수하며 법치와 현실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 통합’도 ‘나라다운 나라’와 ‘정의롭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자신들에 의해 정권을 잡았다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청구서’ 내밀기나 현실을 외면한 채 철지난 이념으로 갈등을 부채질해서는 또다른 적폐만 만들 뿐이다.

우리사회 ‘노동 권력’으로 대표되는 대기업, 공기업 등 귀족노조들의 밥그릇 챙기기 관행도 이젠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과 중소기업근로자 등 노동약자의 삶은 바뀌지 않으며 이 정부의 최대 목표인 일자리창출도 요원하다.

거시적 차원에서 그렇다면 과연 충북의 적폐는 청산되고 있는가.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좀비처럼 적폐가 자리하고 있다. 그 중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적폐는 무능하고 부패한 지역 정치권이다.

충북지역에선 민선 6기 들어 12명의 단체장 중 3명의 단체장이 낙마했으며 민선 이후 11명이 중도하차 했다. 또 무려 30여명의 지방의원이 사법처리 됐다.

대다수 지방의원들은 나름 집행부에 대한 견제 감시라는 대의기관 역할에 충실한데 적지 않은 지방 정치인들이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갑(甲)질을 하거나 이권개입으로 패가망신했다.

지방선거 때면 공천 장사를 하는 것도 자질 없는 선출직 공직자를 양산하는 적폐의 하나다.  존재감 없이 혈세만 축내 것을 비롯해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고도, 이권개입으로 형사처벌을 받고도 비루한 공천로비를 벌이는 이유다.

선거철이면 유력 후보 주변을 맴도는 브로커는 평등·공정·정의로워야하는 사회를 멍들게 하는 반 생계형 적폐다.

이들은 전문성도 없이 공직에 무혈입성 해 조직의 상전 노릇을하며 공직의 특권을 누린다.

정부가 이런 부정채용에 대해 대대적인 사태파악과 함께 척결에 나섰으니 두고 볼 일이지만, 충북지역 자치단체 산하기관에는 선거로인한 특혜 취업자가 부지기수다.

이런 문제 등을 바로잡는다며 시민의 향도를 자처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균형 잃은 비판과 주장 또한 지역화합을 가로막은 적폐다. 진영논리에 매몰 돼 자기세력의 잘못은 눈감고 정적들의 오류는 용납하지 않은 ‘외눈박이’ 인식은 갈등만 부채질할 뿐이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등 출마 예정자들의 기자회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 중 능력과 도덕성을 포함해 정치권 적폐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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