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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용 칼럼/ 아버지의 사랑과 지혜문민용 기쁜소식음성교회 담임목사

존경받는 한 정승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나이가 많도록 자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부인이 아이를 가졌고 그 소식이 궁궐에도 알려져 임금님이 정승 부인을 위해 특별히 보약까지 하사해 주었다. 

그렇게 정승 부인은 늙은 나이에 어렵게 아들을 낳았고, 정승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뭔가 이상했다. 

밖에 나가면 늘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했는데, 그건 정승 아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고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열일곱 살이 되어 장가갈 나이가 되었지만 아들은 여전히 철이 없고 모자랐다. 그런 아들을 보며 정승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정승은 동네에서 나쁜 짓을 일삼던 유명한 건달을 불렀다.

정승은 건달에게 잘 차린 식사를 대접하고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내가 특별히 부탁이 있어서 자네를 불렀네. 다름이 아니라, 하나 있는 내 아들이 나이가 저리 들도록 나라 구경을 못했네. 더 늦기 전에 아들에게 나라 곳곳을 구경시켜주고 싶네. 여비를 줄 테니 자네가 내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전국을 두루 구경시켜주고 오면 좋겠네.” 

건달은 흔쾌히 수락하고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정승의 아들은 말에 타고 건달은 고삐를 잡고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가 아프고 힘들었다. 

건달이 아들에게 말했다. “도련님은 다리가 튼튼해 보이네요. 저는 다리가 약해서….”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그래? 그럼 내가 말고삐를 잡을 테니 네가 탈래?” “아이고,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아들은 건달이 칭찬해 주니까 처음에는 좋아서 말고삐를 잡고 걸었지만, 십 리 이십 리 걷다 보니 정승 아들도 다리가 아파서 말을 타고 싶었다. 

“이제 내가 말을 탈게.” 그러자 건달이 답했다. “아이고, 도련님은 워낙 건강하고 튼튼해서 백 리를 걸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으실걸요.” 아들은 말을 타고 싶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금방 기분이 붕 떠서 또 계속 걸었다. 

그렇게 정승 아들이 여행을 하는 동안 건달의 꾀에 자꾸 넘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달의 꾀를 간파하고 엄하게 건달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아들이 점점 달라져갔다. 그렇게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아들을 만나 반가운 정승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들은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 그런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사람을 보시는 눈이 그리 없습니까? 많은 사람들 가운데 왜 저런 인간을 딸려서 보냈습니까? 그런 아버지와 일하시는 임금님이 불쌍합니다.” 

정승은 깜짝 놀랐다. 비록 아버지에게 하기에 건방진 말이었지만, 아들이 전과는 다르게 사리분별하고 생각을 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여행 전과 확연히 달라져 많이 야물어져서 돌아온 것이다. 정승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그 후로 정승 아들은 나날이 총명해져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건달과 함께 여행을 보낸 이유를 분명하게 깨닫고 감사했다.

아주 부자인 유대인이 큰 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급히 유서를 남겼고, 자신의 종에게 타지에 나가있는 아들에게 전해달라 부탁했다. 

그 유서에는 두 가지 조건이 적혀 있었다. “첫째, 나는 내 아들에게 이 유서를 전하는 충실한 종에게 전 재산을 남긴다. 둘째, 내 아들에게는 내 모든 것 가운데 한 가지만을 고르게 하라.” 

주인은 랍비에게 그 유서의 증인을 부탁했고, 그 유서를 본 종은 너무 기뻐서 아들이 올 때까지 주인의 재산을 잘 관리했다.

아버지의 부고를 들은 아들이 타지에서 오랜 시간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왔고, 종은 주인 아들을 데리고 랍비에게 가서 유서의 내용을 전했다. 

“당신의 아버지가 죽을 때 유서를 남겼는데 당신에게는 단 한 가지밖에 남기지 않았고 나머지는 모두 이 노예에게 준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아버지의 소유 중에서 무엇을 고르겠습니까?” 

젊은 아들은 유서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종에게 남겼기 때문이다. 

원망과 서운함으로 가득 찬 아들에게 랍비는 넌지시 말했다. “당신의 아버지는 참으로 지혜롭고, 아들을 사랑하셨군요.” 랍비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아들은 말했다. “나는 아버지의 소유 중에 이 노예를 갖겠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다시 이어받게 되었다. 

아들이 유서 속에 담긴 아버지의 뜻을 발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판단하고 따르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마음 안에 숨겨진 진심을 보는 것에는 서툴다. 

그냥 보면 정승은 하필 건달에게 아들을 맡겨 고생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런 쉽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행동을 보면 이상하지만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참 지혜롭다.

유대인 부자 아들이 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면 그는 아버지의 마음을 오해한 채 재산도 빼앗기고 아버지를 향한 감정 또한 삐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종을 통해 가장 안전하고 완벽하게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다. 아들을 향한 사랑과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아들은 그 아버지를 믿고 뜻을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를 향한 사랑을 믿으면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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