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경시키는 과정에서 해당 임원진 단톡방에 올려진 글 중 일부.

음성군 음성읍 읍내4리 이장 A씨가 마을공금 1억1천5만원을 주민 동의 없이 타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파문이 마을관리협동조합과 음성읍주민자치회로 번지는 등 지역사회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A이장이 마을공금 유용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한울타리마을관리협동조합에 신청한) 집수리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공사업체에 1억1천5백만원을 대납했다”는 말이 도화선이 됐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용 내막은 확인되지 않았다.

언뜻 보면, 마을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위해 공금을 대납해 준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달랐다.

마을관리협동조합은 국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지역 중 주민이 조합원이 되어 지속적인 마을관리를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의미한다.

그런데, A이장을 포함 5명이 출자한 ‘한울타리마을관리협동조합’은 영리법인으로,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사회적협동조합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리법인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경시키는 과정에서 해당 임원진 단톡방에 올려진 글 중 일부..

때문에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영리법인인 해당 협동조합의 설립 및 사업 추진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과 함께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유포되며 억측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A이장이 음성읍주민자치회 분과위원장을 겸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음성읍주민자치회에도 때아닌 불똥이 번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해당 협동조합 설립과정에 이사로 참여했던 곽상선 음성읍주민자치회장과 조민형 행정사를 겨냥한 낭설들이 지역사회에 퍼지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대해, 곽상선 주민자치회장은 “어떤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협동조합 설립에 참여하지 않았다. 역말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별 생각없이 동참하게 됐다”며 “그런데 마치 무슨 큰 이권에 개입한 듯 헛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사실을 무시한 채, 일부에서 주민자치회를 거론하는 등 엉뚱한 방향으로 이번 문제를 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악의로 밖에 볼 수 없다. 할 수 있는 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위를 가려낼 것”이라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조민형 행정사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행정사로서 자문을 해 주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왜곡되는 작금의 사태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A이장의 개인적인 문제를 마치 한울타리마을관리협동조합의 전체 문제로 확산시켜,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6월 역말 한울타리 어울림센터 개소식 모습. 마을공동체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센터 건립을 위해 총사업비 134억원이 투입됐다.

영리법인, 음성군 ‘인가’ · 사회적협동조합, 국토부 ‘인가’

음성타임즈가 확보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영리법인)한울타리마을관리협동조합은 지난 2021년 1월 12일 설립 등기를 마쳤다.  

이 조합은 이사장인 A이장을 포함 이사 3명과 감사 1명으로 구성됐다. 조합원 인수 출자좌수 및 출자금액은 5명의 임원이 각각 100좌 · 1백만원, 138명의 조합원이 1좌 · 1만원씩을 출자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138명의 조합원들의 출자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A이장의 공금유용 의혹이 본격 제기되면서 주민들의 입장도 일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리법인은 음성군의 인가를, 사회적협동조합은 국토부의 인가가 필요하다.

자문역할을 맡았던 조민형 행정사는 “당시 영리법인은 음성군의 지시를 받아 설립됐다. 그런데 2개월 후 ‘마을관리협동조합은 도시재생사업 예산을 집행할 수 없으니,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허가를 받으라’는 음성군의 재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2018년 당시 도시재생사업 초창기에는 도시재생사업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협동조합을 설립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있었지만, 사회적조합으로 하라는 국토부 지침은 없었다. 이후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국가공모 선정 당시에는 영리법인을 통해서도 집수리 사업 추진이 가능했지만, 국토부의 변경된 지침이 제정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로부터 종전의 건은 그대로 진행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앞으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은 필수 요건”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읍내4리 집수리사업 신청자 중 영리법인에 신청한 15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는 보조금사업으로 음성군에서 직영 처리할 것”이라며 “국토부로부터 사회적조합을 조속히 인가 받아 향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없도록 주민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시설(한울타리어울림 센터)에 영리법인을 입주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향후 사회적협동조합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 간판은 걸었지만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난 17일 읍내4리 집수리 사업 신청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음성군 주민설명회 및 업체신청 현장.

‘사람과경제’ 통해 2년간 사회적협동조합 변경 추진 

입수된 서류에 따르면, 영리법인으로 출발한 한울타리마을관리협동조합은 국토부의 변경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2년에 걸쳐 이루어진다. 

2021년 3월 15일 음성군으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기위한 구비서류 등을 요청 받았고, 같은 해 6월 23일 국토부에 사회적협동조합 조직변경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직변경 신청서는 청주시 소재 ‘사람과경제(현 충북사회적경제센터)’에 상담 및 절차 안내를 받고 진행됐다.

조민형 행정사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어서 국토부에서 지정해준 ‘사람과경제’의 지원을 받아 국토부와 업무를 처리해 왔다. 영리를 목적으로 했다면,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에 왜 매달렸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국토부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변경 신고만 하면 된다”는 ‘사람과경제’ 측의 조언과는 달리 한 달 후 국토부로부터 조직변경 신청이 반려된다.

다시 한 달 후인 2021년 8월, 조민형 행정사는 국토부 담당자와 계속적인 통화를 시도했으나, 출장 · 부재중이란 답변만 6개월 이상 받게 됐고, 사회적협동조합 변경신청은 자동 지연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국토부 담당자가 또 바뀌었고, 새로운 담당자가 보완 요청한 ‘임원 개인정보동의서 누락, 사회적협동조합 명칭 변경, 상세한 사업계획 추가 제출’ 등 준비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1월 ‘사람과경제’측은 “이번 신청의 경우,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요건 및 절차를 충족하지 못해 추가 진행이 어렵다. 새로운 인가 신청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 영리법인 이사장인 A이장이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겸임할수 없다”는 의견을 통보한다.

“선의가 왜곡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협동조합 일에 관여 안해”

사회적협동조합 변경이 무산될 조짐을 보이자, 협동조합은 지난 1월 31일 이사장(A이장)은 사임하고, 곽상선 이사로 이사장 변경신고를 마치는 등 끈을 놓치 않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A이장의 공금유용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지금까지 변경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곽상선 회장은 “사회적협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다수의 의견이 있어, 이사장에 이름을 올리는데 동의했으나, 선의가 왜곡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은 협동조합 일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13일자로 곽상선 회장과 조민형 행정사는 이사직 사임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해 국토부에 재청구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읍내4리 이장 입후보 등록 및 접수 공고 현수막. 현재 새로운 이장이 선출됐다.

한편, 음성군은 읍내4리 역말 도시재생뉴딜사업 전반에 대한 자체감사에 착수했다. 

읍내4리 주민들은 이 사업의 지속 추진을 위해 최근 한울타리 주민협의체 위원장과 새로운 이장 선출을 마치는 등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공금 유용 의혹의 당사자인 A 이장은 “마을공금을 주민들의 동의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 조금만 기다려 주면 4월 30일까지는 전액 반환하겠다”며 “저로 인해 협동조합 설립에 힘을 보태 준 분들께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현재 A이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마을이장, 한울타리 주민협의체 위원장, 주민자치회 분과위원장 등 모든 직에서 사퇴했다.

'읍내4리 역말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지난 2018년 국토부로부터 선정되어 본격 추진 중이다. 

[이 기사 이어집니다. 추가 취재 중입니다] 

고병택 기자  marco1717@naver.com

<저작권자 © 음성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