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개정 출간된 '신미양요의 영웅들, 어재연 장군과 무명용사들'. (오른쪽) 어재선 이사장.

“바로 앞, 적들의 발밑에 아우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난자된 몸에 아직 숨이 붙어있어 누운 채로 눈을 부릅뜨고 이 형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 가장 치열하고 처절했던 전쟁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는 신미양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전쟁임을 알면서도 격렬히 죽음으로 맞섰던 무명용사들”

2023년 9월 초판됐던 ‘후손이 전하는 어재연 장군과 신미양요 이야기’가 1년만인 지난 8월 10일 ‘신미양요의 영웅들, 어재연 장군과 무명용사들’이라는 제하로 개정, 출간됐다.

어재선 이사장은 먼저 “신미년 당시 광성보에 입성하고 마지막 결전이 있기까지 8일간의 기록들이 너무 부실했다. 특히 왜곡된 정황도 분명했다”면서 “이를 어디까지 바로 잡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록과 기록 사이 중간에 상상이나 짐작으로 채워 넣고 싶은 부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자리를 근거 없는 픽션으로 채울 수는 없었다”며 “빈자리는 각 주체들의 성격과 환경들을 생각하고, 살면서 두루 겪었던 상황들을 참고해서 그려 넣었다”고 했다.  

어 이사장은 “그렇게 만들어 낸 이야기가 양헌수, 어재연과 대원군의 이야기, 호포군의 호랑이 사냥, 초지진 야습 정탐, 퇴진 관군 대모산 기습전 이야기 등”이라고 소개했다.

개정 출간된 '신미양요의 영웅들, 어재연 장군과 무명용사들' 책자 표지.

책은 제1장 어재연 장군의 탄생과 성장, 제2장 어재연의 출사와 치정행적, 제3장 서양 세력과의 첫 충돌 · 병인양요, 제4장 미국의 침입에 대비하다, 제5장 신미양요와 ‘호국의별’들, 제6장 결전을 향하여, 제7장 마지막 결전, 제8장 회령호포군의 최후, 제9장 미국 원정군의 퇴각 순으로 꾸며졌다.

어 이사장은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지난 2013년 음성군이 추진했던 태생산업단지로 인해 쌍충묘역이 이장 위기를 맞게 됐던 일이 그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쌍충묘역은 신미양요 이후 고종이 어재연 장군과 어재순 등 두 영령의 순국충절을 기려 군력을 동원해 현재 음성군 대소면 성본리 산22-1번지 일대에 조성한 국립묘지이다.

어 이사장은 “당시 음성군으로부터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도리없이 이장해 나가야 한다는 끔찍한 소리를 들었다”며 “호국영령의 진신(眞身)을 파내라니, 외적에게 상한 몸에 후인(後人)들이 또 손을 대는 격이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쌍충묘역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오직 단 하나 문화재로 등록하는 길 뿐이었다고 판단한 어 이사장은 이후 음성군청 앞 1인시위를 시작으로 각계 구명운동에 들어갔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충북도청, 인권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호소를 이어가던 어 이사장은 작은 홍보책자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며, 호국영령에게 자행되고 있는 모욕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후 쌍충묘역은 어 이사장의 신념과 각계각층의 협조로 지난 2014년 2월 충청북도 지정문화재 ‘기념물 제162호 음성 어재연·어재순 묘소’로, 전체 4만여 평 중 210여 평은 문화재 구역으로, 9,200여 평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국가산단부지에 포함된 유적이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건국 이래 초유의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나머지 약 3만평은 산업단지에 편입됐다.

지난 2018년 10월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 (재)충장공 어재연 장군 추모 및 신미양요 기념사업회 현판 제막식 모습.

함종어씨 충장공파 후손들은 편입된 약 3만평에 대한 토지보상금 약 80억 원 전액을 재단 설립에 사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마침내 지난 2018년 7월 ‘(재)충장공 어재연 장군 추모 및 신미양요 기념사업회’가 당시 문화재청의 허가를 득하고, 같은해 10월 법인절차 등록을 완료했다.

현재 재단은 숙원사업이었던 학술연구를 통해 잊혀지고 감춰졌던 역사적 사실을 재발굴하여 신미양요 호국영령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 나가고 있다.

또한 강화도 광성보 전적지, 경기도 이천의 생가, 음성군 쌍충묘역을 연결하는 역사탐방코스를 개발, 학생들의 호국정신을 높이는 교육의 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묘역 및 제실 재정비,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급 등 지역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다.

충장공 어재연 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특별전시전 개관식이 지난 7월 2일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특별전은 ‘신미양요의 영웅–어재연 장군의 일대기’라는 제하로 오는 10월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어 이사장은 “2023년 장군 할아버지의 탄신 2백 주년을 맞아, 더 늦기 전에 할아버지 형제분들을 위시해 함께 순국하신 350여 분의 무명용사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보물 성격의 소책자를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욕심을 더럭 키우다 보니 이백 페이지를 넘겨 삼백 페이지 가까운 이야기가 됐다”고도 했다.

어 이사장은 “이 책을 통해 우리 민족이 태어나고, 수천 년 동안 겪어 온 모든 전쟁에서 나라를 잃지 않고 주인으로 살아올 수 있게 해 주신 수십, 수백만의 호국영령, 순국선열들의 고마움을 한번 더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어재연 장군은 1823년(순조 23년) 음죽현 상율면에서 아버지 어용인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3년 후에 동생인 재순이 태어났다.

우애가 두터웠던 두 형제는 1871년 6월 16일 강화도 광성보 손돌목 돈대전투에서 함께 순국했다. 당시 어재연 장군의 나이는 48세였다.

<저자 주요 약력>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현 (재)충장공 어재연 장군 추모 및 신미양요 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종어씨 충장공파 종중 회장

고병택 기자  webmaster@e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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