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창설자 오웅진 신부가 48주년 기념미사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지난 1976년 9월 12일 당시 33세의 젊은 사제였던 저는 저녁노을에 최귀동 할아버지를 만나 그 분의 삶을 보고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말씀을 깨닫습니다”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강론 中

꽃동네 설립 48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8일 거행됐다. 이날 행사는 맹동공소 기념식, 묵주공원 축복식, 기념미사 순으로 진행됐다.

맹동공소는 원래 금왕성당 관할공소로 1958년 설립됐다. 이후 1962년 경당이 신축됐다. 1997년 대소성당으로 관할 이전됐다가 2010년 봉암공소, 유포공소와 함께 맹동성당으로 승격됐다. 
2015년 맹동성당 성전 건립 봉헌식 후 폐쇄됐다.

그러나 공소 폐쇄를 안타깝게 여겼던 꽃동네 창설자 오웅진 신부와 뜻을 함께 하는 회원들의 노력으로 수 년에 걸친 복원작업을 마치고 마침내 이날 62주년 기념식을 열게 됐다. 

꽃동네 심벌.

묵주공원은 꽃동네낙원 광장에 설치됐다. 이 공원에는 꽃동네 심벌인 다섯 개의 별을 중심으로 묵주알을 형상화시킨 조형물이 둘레에 조성됐다. 

꽃동네 심벌은 창설자 오웅진 신부가 서품 30주년이 되는 2006년 5월 3일 특별한 영적 체험을 한 것을 그대로 표현해 만들었다. 심벌의 흰색 바탕은 성부이고 가운데 큰 별은 성자, 빛은 성령을 의미한다.

큰 별에서 생긴 작은 별은 꽃동네의 인적구조인 꽃동네회원, 예수의꽃동네형제회, 예수의꽃동네자매회, 예수의꽃동네세속회를 상징한다. 동시에 사도직인 복지(종합사회복지시설), 행복(사랑의연수원), 교육(꽃동네대학교·꽃동네학교), 사랑(사랑의영성원)을 뜻하기도 한다.

맹동공소 기념식 참석자들의 꽃동네 인사 ‘사랑합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기념미사는 ‘추기경 정진석 센터’에서 봉헌됐다. 장인남 대주교가 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꽃동네 창설자 오웅진 신부, 함제도 신부, 장인산 신부, 꽃모임 정선주 회장을 비롯 신자·회원 등 1천여 명이 함께 했다.

꽃동네는 Nazareth(나자렛)의 어원 가운데 ‘꽃’이라는 의미에 근거한다. ‘꽃’은 한 잎 한 잎을 펼쳐 아름다움의 조화를 이루고 향기와 꿀이 있어 버려진 이들이 용서와 화해를 통해 구원의 꽃이 피어나는 곳, 헌신적인 희생을 통해 사랑의 꽃이 피어나는 곳, 세속을 따르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곳으로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는 의미이다.

꽃동네 설립 48주년 기념미사.

장인남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오웅진 신부와의 대건신학교 시절의 인연을 소개했다. 

장인남 대주교는 “신학생 시절 오 신부는 휴일이면 예비군복으로 갈아입고 쓰레기통을 뒤져 폐지, 빈병, 깡통 등을 수집해 이를 팔아서 가난한 이들을 돕는 학생이었다. 넝마주의라는 별명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오 신부는 하느님께서 사랑과 봉사, 생명존중의 도구로 쓰시기 위해 선택된 분”이라며 “오 신부와 함께 꽃동네 가난의 영성을 전 세계에 실천하고 있는 수도자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신자들에게 간구했다.

꽃동네 설립 48주년 기념미사에 참석한 신자·회원들.

오웅진 신부는 인사말에 앞서 지난 1976년 무극다리 밑에서 걸인들을 돌보고 있던 최귀동 할아버지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억하며 회상했다.

오 신부는 “꽃동네는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세상, 모든 이들이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세상,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신부는 “지구촌 72억 명의 인류가 반드시 알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 곧 사랑”이라며 “밀알 한 알이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듯이 우리들 마음속에 간직한 사랑의 영성이 이웃에 전파될 수 있도록 함께 실천해 나가자”고 전했다.  

묵주공원 꽃동네 심벌 가운데 큰 별에 빨간 벽돌을 채워 넣고 있는 사제들.

성자(聖者)가 된 걸인(乞人) 최귀동

한편 “사람은 남을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며 허름한 옷에 걸망 하나로 수많은 이들을 살려 내려 했던 최귀동 할아버지. 

그는 오웅진 신부로 하여금 꽃동네 설립의 단초를 마련한 ‘거지성자’였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그의 사랑은 이제 꽃동네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성자(聖者)가 된 걸인(乞人) 최귀동  할아버지는 자신의 안구를 26세 젊은 청년에게 기증한 채 지난 1990년 1월 지상에서 사랑의 삶을 마치고 천국에 올랐다.

고병택 기자  marco17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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