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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칼럼] 지방의원들 몰염치를 고발한다집행부 견제 감시 뒷전, 겸업에 이권개입까지 의정비 인상 명분 없어
시민단체보다 못한 권위 신뢰 되찾고 성과 낸 뒤 몸값 인상 요구해야
이광형 뉴스1 충북세종 본부장

정치를 하면 누구나 염치(廉恥)가 없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정치를 하려면 ‘얼굴이 두껍고 속이 검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는 것 같다. 6‧13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5개월 만에 주민의 대변자가 돼 옹골지게 지역 살림을 챙겨보겠다고 나선 지방의회 의원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들의 신분에 비해 의정비가 적다며 회사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생떼를 쓰는 귀족노조처럼 투정을 부리고 있다. 주민들이 알면 속이 불편해할 것을 의식한 듯 비밀리에 회의한 뒤 인상안을 결정했다. 

그런데 충북시군의장단협의회가 최근 내놓은 인상안은 지나침을 넘어 화가 나게 한다. 중앙정부 지원이 없다면 소속 공무원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는 열악한 재정자립도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올해 도내 의회 평균 의정비보다 무려 47%나 올려 달라니 제정신이 아닌 듯싶다.

충북지역 12개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은 현재 의회별로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합해 3400만 원에서 5400만 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이런 의정비를  ‘5급 20호봉(월 423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한 뒤 피감기관인 집행부에 요구하고 있다.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2.6% 수준인 데 이에 20배가량 더 올려달라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겠다 했으면 낙선할 게 불을 보듯 뻔했을 텐데 다음 선거가 3년 5개월 뒤(2022년 6월) 치러지고, 빨리 잊어버리는 유권자들의 ‘망각증’을 고려하면 타이밍 선택은 적절했다.

하지만 일부 양심적인 지방의회와 의원들까지 인상률이 과도하고 절차와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형국이다. 시민단체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의회가 자치단체 예산 심의와 감사 권한을 가진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행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공갈 협박과 다를 바 없다.

문제의 본질은 지방의원들이 과연 그 정도의 의정비를 받을 자격과 직무에 충실한가 여부다. 인건비 대비 성과가 높다면 의정비 인상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지방의원 모두를 무능한 ‘거수기’로 폄하해선 안 되지만 대다수 의원의 '의정활동 성적표'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상당수 의원들이 대의기관 일원으로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사실상 ‘신분 상승’에 따른 ‘갑질’을 하는데 만족하고 있는 현실이다.

게다가 상당수 의원은 의정활동을 ‘전업’이 아닌 ‘부업’으로 겸업을 하며 이권개입과 부정 청탁 등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데 권한을 악용하다 망신을 당하기 일쑤다.


전문건설업에서부터 청소용역, 화원, 방역, 식당 운영 등 다양하다. 겸업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사실상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감시와 견제는커녕 노회한 집행부 공무원들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의회의 권위와 신뢰는 추락했고, 존재감도 약화하자 그 자리엔 합법적 선출직 권력도 아닌 시민사회단체가 군림하는 게 아닌가.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왜 ‘공론화’란 명분으로 법적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시민사회에게 의사 결정을 타진하겠는가. 시민사회의 역할은 집행부와 의회 의사 결정 이전의 몫이다.

그게 정상적인 의회민주주의 절차인 걸 모르진 않을 것이다. 망가진 권위와 신뢰를 회복시키는 건 어렵지 않다.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지금처럼 집행부와 소속 정당의 거수기가 아니라 양심적인 시민의 대변자로서 행동하면 된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인적도 없는 곳에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자전거 없는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고, 부실공사 등 혈세 낭비 현장을 보면 분노하고 온몸으로 막아내는 게 그 기본이다.

예컨대 주말과 휴일 정당한 공무임에도 불구하고 관용차와 비서를 물리치고 자신의 승용차로 행사 일정을 방문하는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이나 재능기부와 사회봉사를 일상화하는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원. 

초선 의원임에도 환경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사라져가는 녹지 면적을 조사해 집행부의 무분별한 개발허가에 경종을 울린 박완희 의원처럼 감동의 스토리를 제공하든 성과를 내면 된다.

그런 뒤 의정비 인상을 요구한다면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지금은 시기도 좋지 않다. 주민의 머슴을 자처한 지방정치인이 고용 대란으로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소비 감소로 지역 소상공인들은 살기 힘들다며 비명을 지르는데 혈세로 월급을 올려달라는 건 주민정서와 배치된다.

표를 먹고 사는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이런 시기엔 오히려 ‘의정비 동결 쇼’라도 벌여야 하는 게 맞을 게다. 그게 미래를 보는 정치인의 감각이다. 돈이 필요하면 사업을 하든, 몸값을 올리려면 프로선수처럼 성적을 내라.
 


음성타임즈  webmaster@e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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