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배낭에 메어 본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의 일이었다.
친구 두 명과 무작정 떠난 무전여행, 그때 나에게 들려 있는 돈은 천원이 전부였다. 평택에서 목포까지 가는 기차 요금이 680원이었으니 그 후부터는 돈 없이 여행해야만 했다. 결국 우리는 여름 방학 동안 제주도는 물론 전국을 일주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다시 배낭을 메었다. 이제는 세계를 여행하고 싶었다. 1998년 겨울이었다. 당시 나에겐 주어진 일도 있었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먼저 여행을 선택했다. 당시로서는 무모하기 그지없는 결정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나의 선택을 사랑했고 그 선택으로 인해 내 삶이 넓고 깊어졌음을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얻는 것을 위해 포기해야만 하는 것도 있다. 더 좋은 것을 얻고자 덜 좋은 것을 희생하는 게 삶이다.

 그렇게 시작한 세계 여행이 어느덧 20여 년, 그동안 다녀온 나라만 해도 80여 개 국에 이른다. 물론 그중엔 홍콩이나 대만처럼 하루 이틀 정도 머문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 열흘 이상 머물며 몸소 걷고 더듬으며 다녔다. 그중에서도 인도는 내가 가장 많이 머물렀고 여행한 나라다. 10여년 이상 인도에서 자원봉사자로 있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여행 그 자체만으로도 인도는 나에게 꿈을 준 나라였다.

나에겐 21가지의 버킷 리스트가 있다. 10여 년 전 친구의 죽음을 본 나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꼭 하고 싶은 일 스물 한 가지를 적어놓고 하나씩 지워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배낭여행 1백 개 나라다.
왜 배낭여행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좀 더 편하게 여행할 수도 있는데 굳이 어렵고 힘든 배낭여행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패키지여행이든 배낭여행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어느 것이 더 좋고 어느 것이 더 덜 좋다는 비교 하지도 않는다. 사람마다 처해 있는 처지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 굳이 우월이나 호불호로 구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내가 배낭여행을 즐기는 이유는 자유로운 여행을 원하기 때문이다.

<제 3호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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