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AI 가축방역대책상황실에서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 등 의원들에게 상황보고를 하고 있다. 2017.2.15/뉴스1 © News1

5일로 충북 보은에서 올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지 꼭 한 달이 된다.

올 겨울 구제역은 지난 달 보은군 마로면 한 젖소농장(196마리)에서 시작돼 전북 정읍 한우농장(49마리), 경기 연천 젖소농장(114마리)으로 확산됐다.

이후에는 모두 보은에서만 발생했다. 탄부·마로면 일대 6개 농장에서 발병해 986마리의 소가 살처분돼 땅에 묻혔다.

전국에서 살처분된 소(1414마리)의 70%가 이들 두 개 면에 집중됐다. 이 때문에 충북은 ‘가축 전염병 진원지’라는 달갑잖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 달 13일 이후 추가 발병이 없다는 것이다. 18일째 의심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이제 끝났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이대로 종식되더라도 방역당국과 축산농가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구제역 발생 한 달을 맞아 그동안 논란이 된 부분을 정리한다.

◇ 연례행사 불구 뒷북대응 되풀이  

먼저 방역당국의 뒷북 대응이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재앙임에도 불구, 당국의 대처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국은 애초 소의 항체 형성률이 97%를 넘어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구제역 진앙이 된 충북의 소 항체 형성률은 97.8%였다.

하지만 막상 구제역이 터지자 당국은 부랴부랴 백신 접종에 행정력을 쏟아부었다. 접종상의 문제를 자인한 셈이다.

이후 백신 접종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는 논쟁이 일었다. 정부는 백신을 냉장보관 했다가 상온 18℃에서 주사해야하는데 농가에서 이를 지키지 않아 화를 불렀다고 봤다.

반면 농가는 “이를 정확히 지켰다”(전북 정읍), “그런 규정에 대해 들은바 없다”(충북 보은)고 항변했다.

허구적 통계를 바탕으로 한 축산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구제역이 발생한 한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100%로 나온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당국은 현행 조사의 경우 아무리 큰 농장이라도 16마리를 골라 항체 형성 여부를 따지는데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반면 농민들은 백신 자체의 문제점, 즉 물백신 탓이라고 되받았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나 정부의 통계가 허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엉터리 통계를 바탕으로 책상에서 만든 축산정책은 제고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15일 오전 광주 북구 양산동 삼호축산 검열계류장에 소가 격리돼 있다. 이날 북구청 방역담당 직원들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계류장을 소독했다. 2017.2.15/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 축산농가 “설마하는” 안이한 대응도 문제

구제역 폭탄을 맞은 보은은 이전까지 가축 전염병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다. 국립공원 속리산 자락에 자리한 청정지역으로 지금까지 한 농장에서 발병했을 뿐이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던 2015년 1월 보은읍 한 돼지농장에서 단발성 구제역 외 그동안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을 비켜갔다.

이 때문에 축산농가들이 백신 접종, 축사관리 등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민들은 한번 구제역이 생기면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도 그 피해가 엄청나다고 말한다. 스스로 알아서 관리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구제역 이후 조사에서 일부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0%, 18.8%로 낮게 나온 건 축사 관리소홀·백신접종 소홀 이외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13일 오전 충북 보은군 가축시장이 잠정폐쇄 돼 있다. 방역당국은 충북 보은에서만 세번째 발생한 구제역에 간이검사 없이 구제역 의심 소를 즉각 살처분했으며 주변 다른 소도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2017.2.13/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 “가축공장 이대론 안된다” 사육방식 전환해야

이번에 드러난 또 하나의 문제는 가축 사육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좁은 영토로 인해 축산농가가 집중돼 있고, 이마저도 다닥다닥 칸막이를 만들어 소를 키우는 밀식 사육이 보편화돼 있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강아지 공장’처럼 소나 돼지 역시 공장형 사육이 대세다.

때문에 대형 농장에서 한 마리라도 구제역이 걸리면 수 백 마리를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이 진행된다. 한번 구제역이 터지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 피해가 집중된 보은 마로·탄부면은 보은 최대 축산 밀집단지다. 이 일대 101개 농가에서 소 9100여마리와 돼지 340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축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를 ‘공장식 축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녹색당 하승수 공동위원장은 “비좁은 공간에서 (가축들이)스트레스를 받으며 체력이 약화돼 어떤 바이러스가 퍼져도 금방 감염된다”면서 “조류인플루엔자뿐만 아니라 구제역 문제 역시 ‘공장식 축산’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묻지마식 살처분은 사라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구제역 발병 한 달. 환경 전문가들은 가축 전염병 창궐을 두고 자연이 인간에게 내리는 경고라고 해석한다. [뉴스1]  

 

음성타임즈  webmaster@estimes.co.kr

<저작권자 © 음성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