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미국 바이오 시장 진출을 위해 교류관계를 맺었던 미국 지방정부의 한인공무원이 수백만 달러 공금횡령 혐의로 현지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해당 공무원은 충북도와도 수십억원 규모의 자금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혈세가 범죄에 악용됐던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3월 23일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 경제개발청과 ‘기여금방식에 관한 양해각서’·‘충북 투자금 및 창업보육센터 사용권 합의서’를 교환했다.

충북 바이오산업의 미국 등 해외 선진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후 2010년 3월부터 9월까지 3차에 걸쳐 몽고메리카운티 창업보육센터 임대료 명목으로 한화 30억원을 지급했다.

충북도는 그 대가로 현지 창업보육센터 사용권을 취득했다.

그런데 2014년 6월 30일 창업보육센터 소유권이 몽고메리카운티 지방정부에서 메릴랜드 주정부로 옮겨지면서 충북도와 맺은 합의가 해지됐다.

이에 따라 충북도가 30억원의 투자금 반환에 나섰으나 실제 회수된 것은 26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달러당 1200원이던 환율이 2014년 1013원으로 떨어지면서 4억원 가량 환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15년 충북도 감사관실의 내부 감사에서도 예산 낭비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한동안 잊혀졌던 ‘충북도-몽고메리카운티’ 관계가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당시 몽고메리카운티 경제개발국 최고운영책임자(COO)이던 방모씨(59)와의 관계다.

미주중앙일보와 미주한국일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연방법원은 지난달 22일 방씨에게 징역 4년, 보호관찰 3년형을 선고했다.

방씨는 몽고메리카운티 경제개발청 COO로 근무하던 2010년~2016년 사이 670만 달러의 공금을 횡령하고, 그 대부분을 도박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주중앙일보는 지난해 11월 방씨에 대해 “도박에 사용할 공금을 횡령하기 위해 ‘충북 인큐베이터 펀드 LLC’를 설립했다는 점에서 한인사회는 물론 바이오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후속 보도에서도 “미국에 진출한 충북 출신 기업들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특수 예산 및 발전기금 등을 지속적으로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충북도와의 관계나 금전적 투자도 방씨 개인 범죄에 악용됐을 소지가 적지 않다.

충북도청.

하지만 당사자인 충북도는 이 같은 사실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방씨나 그가 설립했다는 ‘충북 인큐베이터 펀드 LLC’에 대한 관련 자료조차 남아있지 않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반문서의 경우 보관 기관이 5년이어서 2010년 자료 대부분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충북도가 방씨와 거래한 흔적을 일부나마 확보할 수 있었다.

충북도가 2010년 9월 14일 미국 현지 은행 계좌로 2억1118만원을 보낸 송금신청서와 몽고메리카운티 지방정부에 보낸 ‘창업보육센터 사용료 지급(최종분-3차) 알림’ 공문이다.

해당 공문의 수신자는 ‘몽고메리카운티 EXECUTIVE’로 명시돼 있다.

그리고 수신자 옆에 ‘(경유)’라는 표시가 돼 있고 그 대상자는 ‘Peter Bang, Chief Operating Officer’라고 적혀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나온 방씨의 영문명도 ‘피터 방(Peter Bang)’이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당시 충북도가 창업보육센터 사용료 명목으로 송금한 30억원은 몽고메리카운티로 직접 전달되지 않고 최고운영책임자이던 방씨, 즉 ‘피터 방’을 경유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방씨가 2010년부터 670만 달러(현재 한화 75억5090만원)의 공금을 횡령했다면, 그를 경유했던 충북의 투자금도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충북도는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현재까지 드러난 것 외에 추가로 흘러간 자금은 없는지, 2010년부터 4년간 30억원의 사용료를 내고 창업보육센터가 제대로 운영됐는지 여부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충북도 투자금은 범죄에 악용되지 않고 대부분 회수가 됐다고 하더라도, 꼼꼼한 확인도 없이 30억원의 혈세를 투자했던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단 환차액이 발생하긴 했어도 당시 투자금은 모두 회수한 상태”라며 “그 밖의 추가 자금이 전달됐는지 여부나 창업보육센터 운영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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