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와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가 지난해 8월 27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권리보장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 권리보장 등 관련 조례가 전무해 ‘노동정책 불모지’라는 비판을 받았던 충북에도 근로자·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

다만 충북도와 노동계가 충돌을 빚었던 ‘생활임금’ 조례는 이번에도 제외돼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

20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충청북도 근로자 권리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과 ‘충청북도 비정규직근로자 권리보장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달 6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

이 조례안은 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하유정·이상정 의원이 대표발의를 준비 중이다.

‘근로자 권리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은 비정규직·저임금 근로자 등을 비롯한 근로자 권리보호·증진을 위해 도지사가 5년마다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시책을 심의·자문하기 위한 근로자권리보호위원회 설치와 근로자·도민·공무원 등을 상대로 한 교육 실시 등 내용도 담겼다.

‘비정규직근로자 권리보장 조례안’에서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사용 사유제한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지사의 책무로 못 박았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권리보장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 고용환경 개선, 부당한 계약해지 금지, 차별처우 금지, 최저임금 준수 노력 등을 명문화 했다.

도지사가 민간부문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해소를 위한 대책 수립 등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입법예고 절차에 들어간 조례안은 4월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하유정 도의원은 “충북에 아직까지 근로자의 권익보호나 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이 없어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상정 도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만큼 충북에서도 적극적인 정책 수립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조례 제정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문제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되고, 권리 보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북도의회.

그동안 충북은 근로자·비정규직 권리보장 조례 등이 전무해 노동계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근로자 권리보호 조례의 경우 서울을 비롯해 6개 광역 시·도에서 이미 시행 중이고, 비정규직 근로자 권리보장 조례도 9개 시·도가 제정한 상태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등 노동계는 지난해 8월부터 충북도와 도의회에 노동 관련 조례 제정을 촉구해 왔다.

당초 올해 첫 임시회에 상정하겠다던 계획은 미뤄졌지만, 이제라도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된 것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김순자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은 “노동정책의 불모지였던 충북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조례 제정이)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어렵게 노동정책 수립을 위한 근거는 마련됐지만, ‘생활임금’ 조례 제정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생활임금은 근로자가 보다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하는 임금이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17개 시·도 중 12곳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충북도는 생활임금 조례 제정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도의원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정하게 되면 충북도의 예산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기업을 유치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이시종 지사나 충북도가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운동본부도 지난 13일 “충북지사는 생활임금 조례의 경우, 도의회 발의 자체를 반대하고 나서고 있고 임기 중에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이처럼 생활임금과 관련해 지자체와 노동계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도의회는 관련 조례 제정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상정 의원은 “산경위 내부적으로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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