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영국 등의 사법제도에는 대법원이란 최고심급법원이 있기 때문에 구태여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를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한국은 대법원과 더불어 헌재가 있어 대통령 탄핵심판 같은 위헌적 사건을 심리 판결 하도록 했다. 이것은 헌법을 특히 중시하는 독일 대륙법 전통의 영향을 우리 사법제도가 수용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 말은 헌법은 법위의 법(최고 상위법)이고 민주 법치국가의 기본법(Grundgesetz)이기 때문에 훼손하거나 범할 수 없는 신성하기까지 하다는 법정신을 우리가 본받았다는 말이다.
그런 헌법정신을 형식적으로 이어받아 헌재까지 두고 있는 한국현실에서 헌법과 헌법정신을 마구 훼손하는 사건이나 범행들이 거침없이 저질러지고 있다.
헌법조항에 담긴 언론자유의 신성함이나, 학술 문화 예술 창작의 자유나 권리의 소중함에 대한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채 위반행위가 빈발한다는 것이다.
그 실례로, 우리 헌법 제 21조는 언론의 자유를 선언하면서 검열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 22조에는 학술 예술 문화 등의 창작의 자유와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권력의 상징인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영방송을 향해 대통령뉴스를 전진배치 하라, 세월호 뉴스 보도량을 줄여라 등의 뉴스편성에 깊숙이 개입했음이 드러났다.(세월호 참사 조사위원회 청문회장에 제출된 전화녹음자료 2016.9.1)
방송보도기관의 뉴스편성권은 헌법이 천명하는 언론자유의 다른 이름이다. 즉 언론자유=편성권이란 말이다. 이는 헌법이 금지한 언론검열을 권력이 자행한 것이며 중대한 위헌을 자행한 범죄행위이다.

또한, 수 만명의 문화 예술인들의 창작권을 꺾고 의욕을 무질러 버림으로서 한국문화예술에 문화 타격과 황폐화를 주도한 블랙리스트는 헌법상 보장된 문화예술의 자유를 막대하게 훼손한 파괴행위이다.
2017년 3월 10일의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헌재의 탄핵인용 선고내용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을 아프게 찔렀다는 점에서 필자는 높이 평가한다. 즉 형사법이나 공무원법 위반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귀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자격이 상실된다는 것을 명문화한 것이 이번 헌재판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언론자유침해가 탄핵사유가 됨에도 이번 탄핵심판에서 기각되었음은 아쉬운 대목이다. “세계일보사장의 강제 사퇴”가 피청구인의 부당한 권력행사에 의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가 언론자유훼손주범으로 대통령을 특정하기 어렵고 그 사례 하나만으로도 언론자유의 누적적 훼손이 저질러졌다고 볼 수 없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어떤 실력자가 쓰리쿠션프레임에 의해 신문사오너를 위협했고, 오너가 신문사장을 내친 것이 언론사장 축출의 전말이다.
이제 언론자유 보호를 위한 언론법 개정안이 지금 국회에 계류중 임을 감안할 때 헌법에서 선언적으로 규정된 언론자유가 구체적으로 그리고 각론적으로 세밀하게 명시되었으면 한다. 언론자유의 1차적 적은 국가권력이기에 국가를 대행하는 정부로부터의 언론간섭을 법조항으로 막아내는 정교한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헌법상의 숭고한 가치로서의 언론자유가 보기 좋은 꽃장식으로 헌법조항에 매달려 있지 않고 언론현실에서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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