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惟仁者아 能好人하며
能惡人이니라 (논어 이인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어진 사람만이 남을 좋아하며, 남을 미워할 수 있다.
이 글은 공자의 대인관계를 엿볼 수 있는 말인데 직역만으로는 쉽게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대로’라는 부사를 추가하여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어진 사람만이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일 조차도  제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윗글에서 악惡은 미워하다는 의미로 사용될 때는 ‘오’로 읽는다.
그럼 공자가 주장하는 ‘제대로 된 좋아함’과 ‘제대로 된 미움’이란 무엇일까? 이 말에 대해 주자朱子는 사심을 버린 연후에 남을 좋아하고 미워해야 한다고 주석하였고 정자程子는 덧붙여 공정하게 남을 좋아하고 미워해야 한다고 부연하였다.
제 자식을 좋아하고 타인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는 일은 일반적인 일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를 좋아하고 뱀도 제 자식에게는 좋은 것으로 먹일 줄 안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사람은 달라야 한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랑과 미움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이에 공자는 ‘사심 없이’ 또는 ‘공정하게’라는 말로 의미를 부여하였다.
자기 기준과 생각, 주장이나 상황에 맞춰 좋아하거나 미워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일에도 자기의 감정이나 입장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사심 없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자아自我’로부터 벗어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을 갖기가 힘들다.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이른바 혈연 학연 지연 3연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왕이면 남보다는 나와 가까운 사람’을 찾게 되는데 그 원인을 혈연이나 학연 지연에서 먼저 찾는다.
그러다 보니 이유 없이 타인은 과계를 멀리해야 하고 반대로 삼연에 해당이 되면 이유 없이 받아들인다.
굳이 공자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이미 악습 혹은 구습이라는 말로 받아들여진 오늘날에도 일부 여전히 그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진 사람만이 사람을 좋아하거나 미워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좋아하고 미워하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일망정 내 안에 들어 있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돌이켜 보고 사심 없이 공정하게 타인을 대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으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때 나타난다.
이것을 망각한 사랑과 미움은 사람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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