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된 세월호 인양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뉴스도 세월호가 목포 신항 부두에 안치되고 박 전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됨으로써 이제는 톱뉴스의 자리를 한 달도 안 남은 대통령 선거 소식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은 물론 연초에도 온 국민을 편안하게 새해를 맞지 못하도록 했던 두 사건의 한고비를 넘기면서 왜 이렇게 우리 사회는 불행한 일로 밤낮을 지새고 있는지 한탄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봄 초 ‘새봄 스트레스 극복 방법’이란 글에서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Demand)을 상쇄할 만큼 자신의 능력(Resource)이 있어야 된다는 스트레스 개념 창안자 핸즈 셀리에의 이론을 소개하기도 했다. 세월호와 박 전 대통령의 뉴스만으로도 마음이 편치 않은데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도입에 따른 대한 보복 사태가 계속되고 북한의 6차 핵실험 관련 뉴스에 미국의 선제공격설까지 가세되니 우리 국민은 ‘능력(R)'이 얼마나 커야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이래서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후보를 선택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더구나 대선 주요 후보가 다섯 명이나 돼 모든 것을 살펴봐야 하는 국민의 머릿속은 기존의 스트레스에 더해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런 무거운 짐이 왜 우리에게 몰려오고 있는가를 생각하며 우울해 하다가 선현 맹자(孟子)중 고자편(告子篇)에서 작은 위안을 받는다.
 

“하늘이 장차 한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고자 할 때는(天將降大任於是人也)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어렵게 하고(必先苦其心志) 뼈와 살을 고달프게 하며(勞其筋骨) 몸을 굶주리게 하고(餓其體膚) 그 생활을 빈궁에 빠뜨려(空乏其身) 하는 일을 어지럽게 만든다(行拂亂其所爲)”
어떤 인물에게 큰일(大任)을 맡기려 할 때 여러 방법으로 시련을 줘 테스트한다는 맹자의 텍스트는 쓴 맛을 다 봐야 단맛을 볼 수 있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연상하게 만든다. 어려움을 겪어야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2300여 년 전 제자 고자에게 향한 맹자의 설파는 세월을 초월해 현대인에게도 ‘과연 맞는 말이네’라며 수긍하게 만든다.

맹자는 하늘이 큰일을 맡기려는인물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최근 5개 정당이 대통령이라는 큰일을 맡을 후보로 선출한 5명을 맹자의 기준으로 보자면 마음과 뜻이 꺾이는 경험을 통해 어려움을 당하고, 뼈와 살이 고달프게 일을 해 봤으며 굶주림을 겪어봐 국민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을 뽑으면 될 것 같다. 그런 후보라면 안보를 튼튼히 하고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 맹자가 지적한 대로 하늘이 장차 큰일을 맡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맹자의 ‘큰 임무를 감당할 인물론’은 역시 2000년 전 예수의 가르침을 적은 신약 로마서의 한 구절(5:3-4)과 일맥상통해 흥미롭다. “환난은 인내력을 낳고, 인내력은 단련된 인격을 낳고, 단련된 인격은 희망을 낳는다.” 환난을 인내로 이겨내고 오히려 인격을 단련시키는 계기로 삼는 사람이 희망을 만든다는 말은 시간을 넘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런 의미에서 5명의 주요 대선주자가 걸어온 이력을 살펴보면 어려서부터 삶이 궁핍했던 흙수저 출신도 있고 금수저 출신이더라도 배신자로 낙인찍혀 토사구팽 되었던 인물도 있다.또 80년 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고난을 당했던 인물도 있고 사회정의를 세우려다 뜻을 못 이뤄 괴로워한 사람도 눈에 뜬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쓴맛이나 배고픔,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보통 사람도 겪는 일이다. 하늘이 큰일을 맡기려는 사람에게 주는 어려움이라면 뭔가 다른 어려움이 있을 터인데 그것을 찾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성경에서는 ‘단련된 인격은 희망을 낳는다’고 하는데 유권자들은 바로 이 대목을 기준으로 큰 인물을 찾았으면 한다. 희망을 줄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가 대통령 감의 판단기준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마구 퍼주고 나눠줘 잘 살게 해주겠다는 사람은 고생 없이 잘 살게 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어 단련된 인격의 소유자라면 할 수 없는 공약이다.
 

앞뒤 전략도 제시하지 않은 채 대북 관련 발언을 하는 후보도 환난을 겪는 게 무엇인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무엇을 국민들에게 해주겠다고 장밋빛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보다는 겸손하게 우리의 안보상황이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 파악해 알리고 국민의 협력을 얻어 소망을 이루겠다는 후보가 진솔한 후보로 생각된다. 이런 후보라야 희망의 비전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유럽 대륙을 석권한 독일과 맞서며 처칠이 겸손하게 말했던 것처럼 ‘피와 노고, 눈물과 땀’을 바쳐 세월호로, 탄핵으로, 경제적 궁핍과 북핵 위협으로 스트레스받는 국민을 어루만져 주고 그 국민과 협력하며 선(善)을 이루려는 19대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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