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子不器 (군자불기)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

이 말은 논어의 爲政(위정) 편에 있는 말로서 논어를 한두 번쯤 읽은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아주 유명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그릇이란 당시에 두루 사용되었던 제기나 예기 등을 의미하지만 굳이 그렇게 한정하여 해석할 필요는 없다.
공자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틀에 갇히지 않아야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말할 때 ‘그 사람은 그릇이 크다’ 혹은 ‘그릇이 작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그릇은 일정한 쓰임과 목적이 정해져 있는 것이 일반이다.
밥은 밥그릇에 담고, 국은 국그릇에 담는다. 물론 밥을 국그릇에 담는다고 하여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좀 더 엄격하게 말한다면 그릇의 용도가 정해져 있는데 굳이 그 용도를 넘어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특히 고대 관서나 소위 고관대작에서는 이런 그릇 하나도 반드시 법도에 맞게 사용하였다. 그 형식을 벗어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더욱이 그릇은 공간이 정해져 있다. 제아무리 그릇이라 해도 그 크기만큼만 담을 수 있다. 그릇 크기를 넘어 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큰 사람은 그릇처럼 특정한 용도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자의 주장이다.

현대 산업에서 흔히 말하는 융합 또는 통섭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더욱이 한계를 초월하여 다양한 사상과 주장 이론 등을 수용하며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주장하기 쉽다.
고정된 틀에서 好(호) 不好(불호)를 말하며, 틀린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하는 데 인색하다.
더욱이 자신의 주장이나 기호와 다르면 무조건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습관이 있다. 바로 세상을 하나의 틀로 보려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라는 틀을 넘어 무한한 이해와 통섭의 세상을 볼 줄 알아야 함을 가르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전문성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은 효율이나 경쟁력에 있어 탁월한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상과 이해로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방식을 소유하는 것이 진정한 군자라는 말이다.
노자의 上善若水(상선약수)와 大道無門(대도무문)이라는 말과도 뜻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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