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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장논리에 급급, 허울뿐인 '정책품목'…암초 만난 '학교급식'맹동농협, 로컬푸드매장 경영 자구책, 학교급식 공급 참여
음성살림 “납품 비중 25%까지 끌어 올렸더니 숟가락 얹기”
음성군 “납품 품목 조정 제시했지만, 맹동농협 난색 표해”

충북 최초로 시도되며 호평을 받았던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이 시장논리에 휘말리며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산 무공해 · 친환경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려던 40여 농가들의 지난 3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 갈 처지에 놓였다.

공급처가 불확실해 지면서, '계약재배'라는 의미도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앞서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이하 음성살림)은 지난 2016년 4월 설립되어 2017년 3월부터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에 지역산 무공해 ·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추진단 관계자에 따르면 설립 초기 음성농협과 금왕농협은 ‘납품물량이 소량이고 단가가 맞지 않는다’며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이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당시 일부 농가들을 중심으로 자체 출자를 통해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이 결성되어, 이른바 주문생산 방식으로 납품을 시작했다.

그동안 일부 학교 영양사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등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최근 운영방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부터 공급적격업체로 맹동농협이 뛰어 들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지난달 초 음성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맹농농협의 참여 이유는 최근 충북혁신도시 내에 개장한 ‘로컬푸드 매장’의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성을 보고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음성군으로서는 공급적격업체에 제한을 둘 수 없다. 물품선정분과소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 사항”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맹동농협 관계자도 비슷한 답변을 내 놓았다.

이 관계자는 “맹동농협 로컬푸드 매출을 확대시키려는 방안의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며 “(음성살림에)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 품목이 모두 겹치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윈-윈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현재 맹동농협은 학교급식 납품을 시작으로 충북혁신도시 내 11개 이전 공공기관 직원급식 시장에도 뛰어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음성살림 관계자는 “설립 당시 농협측은 소량납품, 단가 등 사업성 문제로 참여를 거부했다”며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난 3년간 땀을 흘렸던 농가들의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음성군도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3년간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 지역 농산물 납품 비중을 25%까지 끌어 올렸다”면서 “이번 맹동농협의 참여는 도의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다. 돈이 되고, 법적 하자만 없으면 지금까지 고생했던 농가들의 뒤통수를 쳐도 괜찮은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역산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접촉을 시도했고, 고생도 많았다”면서 “인재개발원 직원급식에 지역농산물을 납품하기로 결정됐다. (맹동농협은) 음성살림이 시장을 만들어 놓으니 이제 눈독을 들이는 셈”이라며 꼬집었다.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지역산 농산물을 재배, 납품 준비를 하고 있다.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목적, 뿌리째 흔들려

“시장논리만 내 세우면 센터 설립 목적은 어디서 찾나”

그동안 음성군은 음성살림에서 기존에 공급하고 있던 지역산 농산물을 변함없이 유지시켜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오히려 음성살림과 맹동농협이 제시한 가격을 학교급식 영양사에게 공개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가격경쟁 구조로 되돌아 간 셈이다.

음성살림에 따르면 맹동농협은 음성살림에서 납품했던 지역산 농산물 품목에 대해 가격을 낮춰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공해 · 친환경 우수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생산농가의 안정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센터 설립 이전의 가격 경쟁시대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관내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 계약방법에 따르면 농산물은 '정책품목'으로 분류되어 로컬푸드 생산단체와 직접 계약하고, 가공품 및 공산품은 경쟁품목으로 매월 품목별 단가계약을 실시하고 있다.

농산물을 '정책품목'으로 지정한 이유는 시장경쟁을 통해서는 지역농산물을 육성 · 공급하기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 매뉴얼에도 ‘지역산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의 학교급식 공급을 위해서는 기존의 제한적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적시됐다.

그러나 음성군은 “양 업체를 배제시키지 않았으니, 가격 경쟁이 아니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음성군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립 목적이 근본부터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음성살림조합원들이 납품 준비를 하고 있다.

"맹동농협, 장기적인 안목에서 품목 개발 서둘러야"

신형근 부군수 "공정한 경쟁 유도할 수 있도록 노력"

해법을 찾기 위한 음성군의 노력도 '맹동농협'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음성살립협동조합 차흥도 전 이사장에 따르면 지난 주 신형근 음성부군수를 만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신 부군수로부터 “군수님도 생각이 같다. 최저가 방식으로는 안된다”며 “지금까지 음성살림에서 하던 것은 건드리지 말고, 음성살림에서 하지 못했던 것만 맹동농협에서 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대답을 얻었다.

이 후 “학교급식 관련 공무원들이 지침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왔다.

이에 대해, 신형근 부군수는 13일 음성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맹동농협에서 수용할 의사가 부족한 것 같지만, 강제할 조항이 없다”면서 “(해당 부서에) 지역농산물을 확대하기 위한 방향이라면 (맹동농협은) 기존 음성살림 이외의 작물을 발굴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지만, 쉽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례 맹동농협과 협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무원들이) 지시를 안 따르게 아니라, 맹동농협이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 실무자들이 안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음성살림의 3년여 간의 수고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맹동농협이 현재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마땅히 규제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신 부군수는 “소상공인(음성살림)과 대기업(맹동농협)이 경쟁을 하게 되면 소상공인이 무조건 불리하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군 허금 경제산업국장은 “음성군도 음성살림을 육성시켜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면서 “음성살림 스스로도 판로 확장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체 여건이 열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허 국장은 “납품품목이 겹치기 않기 위해서는 맹동농협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품목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앞으로 2개 공급처, 학교 영양사를 비롯 관계자들과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어려워 보인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보겠다”고 밝혔다.

음성살림조합원들이 재배하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음성군 여성농민단체 "최저가 입찰 방식 반대, 문제 제기할 것"

한편 지난달 24일 음성군청 상황실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 정기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못하고 서면회의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에는 신형근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음성군 경제산업국장 및 축산식품과장, 음성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음성군의회 의원, 음성군영양교사협의회, 음성군학부모연합회장, 소이초 교장, 한국교원단체총연합 음성군지부, (사)한국여성농민회 음성군연합회장, (사)음성군여성농민회장 등 11명이 참여한다.

이번 서면회의는 음성부군수를 포함한 10명의 동의를 얻어 진행됐다. 김나경 음성군여성농민회장은 서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나경 음성군여성농민회장은 “당시 서면회의를 거부했다. 위원들이 직접 만나서 납품 문제를 의논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김미숙 한국여성농업인음성군연합회장도 “학교급식 지역농산물의 납품은 최저가 방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걸고, 일단 예산 확정 부분에 대해서는 서명을 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해 나간다는 각오이다.

군에 따르면 36개 초·중·고·특수학교 8219명을 대상으로 무상급식비 29억400만 원을 지원한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식자재를 공급받는 초·중·특수학교에 추가 식재료비와 지역농산물 및 친환경 농산물 구입 비용 등 3억3700만원이 지원된다.

 

 

 

고병택 기자  marco17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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