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한 2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길거리에서 폭행해 큰 논란이 일었다.
남성은 도망치려는 여성의 얼굴과 몸을 발로 차고 뒷무릎을 차 쓰러트리는 등 심한 폭력을 행사했고 시민들이 이를 말리고 여성을 보호하자 주차되어있던 트럭을 몰고 돌진했다.
이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19일 구속된 상태다.
경찰에 구속된 후 범행동기에 대하여 묻자 헤어지는 과정에서 욕설을 들어 화가 났다고 답했다.
이에 폭행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며 자신의 폭력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아니냐는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고 있다.
헤어진 연인 또는 교제를 하고 있는 연인을 스토킹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데이트 폭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경찰에 입건된 데이트 폭력은 8천 300여건이다. 이중 2011년부터 5년 간 데이트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233명, 한해 평균 46명 정도가 데이트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경찰에 입건된 수치를 제외하고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데이트 폭력’의 유형은 다양하다. 이 중 폭행이나 상해에 해당하는 경우가 전체의 약 70퍼센트로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 밖에 언어적 학대나 정서적 학대 역시 데이트 폭력에 해당된다. 특히 상대방을 통제하려 하고, 의심과 협박으로 주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의 대부분은 폭력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행동들은 교제가 시작된 후 나타나고 이별을 이야기할 경우 더 큰 폭력이 동반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만남을 이어가는 경우가 상당하다.
데이트폭력이 만연해지며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연인과 헤어짐을 말할 때 보복을 두려워 해야하는 현 세태를 뒤틀며 만든 것이다.
이처럼 데이트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확실한 대책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여성이 폭력을 당하거나 직접적인 해를 입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를 맡는 경찰들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많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는 스토킹을 신고하러 갔다가 오히려 경찰의 태도에 신뢰를 잃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스토킹을 신고하러 갔지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만 들었고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질문에 지쳐 지적을 하자 남성경찰 중 한 명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여 문제라며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경찰들이 많다”, “꼭 사건이 터지고 나서 해결해주려고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데이트폭력예방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을 반영하여 정부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성차에 기반한 유·무형 폭력 전반에 대처하기 위한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을 제정할 예정이다.
스토킹, 데이트 폭력,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 등에 대한 처벌기준과 정부차원의 행동계획이 담길 예정이다.
여성들이 더 이상 안전이별을 걱정하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시급한 법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신수아 기자  estimes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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