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노동자시민회의 규탄성명 포맷.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 충북노동자시민회의는 19일 성명을 내고 최근  발생한 음성군 금왕읍 소재 A업체 카본블랙 유출과 관련, “이번 사고는 ‘시설관리 미흡으로 인해 발생한 예고된 사고였다”며, 음성군은 철저한 규제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6일 새벽 3시17분경 금왕읍 무극로 소재 A공장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음성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종이염료 제조를 위해 고체의 카본블랙을 액상으로 제조 중 공급관 배관이 파손되면서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총 5~6톤 정도의 액상 카본블랙이 유출됐으나, 미처 회수하지 못한 1톤 정도의 카본블랙이 하류로 흐르면서 생극면 응천 일대를 오염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은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 충북노동자시민회의가 19일 발표한 규탄성명 전문이다.

[성명서 전문]

지난 7월 16일 음성군 금왕읍에 위치한 화학제품 제조공장에서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누출된 카본블랙은 국제암연구소 기준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유해화학물질로 노출될 경우 폐 기능과 인지능력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에 누출된 카본블랙은 5000ℓ에 달하며 이중 약1000ℓ는 인근 우수관로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확인됐다.

카본블랙은 미세한 탄소 분말로 탄소를 포함한 물질이 불완전 연소할 때 나오는 그을음의 일종이다. 이번 사고로 누출된 카본블랙은 주로 타이어 등 고무의 탄성을 강화하는 강화제나 착색제로 사용되고 90%는 타이어 산업에서 사용된다.

이미 2009년 한국타이어의 노동자들은 집단 사망과 산업재해의 원인 중 하나로 카본블랙이 지목되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또한 경유차의 매연과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연기 속에 포함되어 있는 환경파괴 물질이다.

최근 음성지역의 잇따른 화학사고로 노동자 및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 2019년 금왕 암모니아 누출사고로 노동자 23명이 다친 사건이 있었고 2020년에도 금왕읍 도로 상에서 황산이 누출된 사고가 있었다.

충북 지역 전체 통계를 보면 더 심각하다. 지난 7년간 35건의 화학사고가 있었고, 사망자 및 중상을 입은 사람이 68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제천화학사고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노동자 3명의 죽음을 앗아간 폭발 사고였음에도 ‘누출’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화학사고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는 매달 크고 작은 화학 사고를 겪고 있다. 그런데도 좀처럼 그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화학사고로 인한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화학사고의 원인, 피해규모, 필요한 조치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화학사고 발생 시 환경부 장관은 현장수습조정관을 파견하여 화학사고 영향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오염지역의 즉각적인 조치와 복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주관적 판단으로 피해가 없다고 처리해버리면 피해는 커지고, 똑같은 사고는 반복된다. 지난 2년 동안 제천, 청주, 충주에서 발생한 폭발·누출 등의 화학사고로 노동자들은 다치거나 사망했고 지역주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산업단지 우후죽순 건설되는 음성지역

하지만 사고원인과 조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음성사고는 1000리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우수관로로 흘러들었다.

이로 인한 주변 지역의 오염과 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 원인과 조사, 복구 조치가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야 하고, 이에 대한 피해 여부도 철저하게 확인돼야 한다.

화학사고 대응만큼이나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철저한 규제와 관리를 통한 예방이다. 충북도는 2010년~2016년까지 대기 중 발암물질 배출량이 전국 1위를 차지할 만큼 화학물질 사용이 많은 지역이다.

사고 유형에 있어서도 시설 관리 미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전 관리를 잘하고 있었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화학물질 관리법이 개정됐음에도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관련 법상 안전 설비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사업주가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재난을 이유로 화학물질 정기검사를 연장해주고 있어 사전 관리를 통한 예방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음성지역은 산업단지가 우후죽순으로 건설되고 있는 곳이다. 대부분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작은 규모의 제조업체들이다. 늘 화학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정기검사를 포함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그 어느 지역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화학물질 규제와 사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 역시 ‘시설관리 미흡’으로 인한 사고라는 점에서 예고된 사고였고,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충북도 및 음성군의 책임이 크다.

충북노동자시민회의는 유해화학물질사고는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화학물질의 사용이 사회적으로 통제될 때 사고도 줄이고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매번 반복되는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지원이 절실하다.

지방정부에 촉구한다. 충북도는 산업단지 확장에만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화학사고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안전점검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안전과 생명이 우선이다. 철저한 규제대책을 강구하라!

2021년 7월 19일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 충북노동자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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