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9월 12일 최귀동 할아버지와 오웅진 신부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꽃동네 설립으로 이어진다.(자료제공=꽃동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76년 9월 12일 당시 33세의 젊은 사제였던 저는 저녁노을에 최귀동 할아버지를 만나 그 분의 삶을 보고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말씀을 깨닫습니다"

"저는 지난날의 삶을 통해, 주님 안에서 살면 '나의 삶은 즐겁다, 나의 고통은 즐겁고, 나의 죽음은 영광이다'라는 믿음을 얻었습니다" / 오웅진 신부 강론 중

최귀동 할아버지의 선종 32주기를 맞아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가 묘소 앞에서 안식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사진제공=꽃동네)

지난 1월 4일은 故최귀동 할아버지 선종 3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사람은 남을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며 허름한 옷에 걸망 하나로 수많은 이들을 살려 내려 했던 ‘성자’였다

기일을 맞아 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음성꽃동네 입구에는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를 비롯 소수의 수도자, 가족들이 모여 할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며 그 분의 생전 사랑의 삶을 되새겼다.

최귀동 할아버지와 오웅진 신부와의 인연은 오 신부가 1976년 무극성당(현 금왕천주교회) 주임신부로 부임한지 며칠 후 성당 앞길에서 동냥밥을 얻어 움막으로 돌아가는 할아버지 모습을 발견하고 그 뒤를 따라 가며 시작됐다. 

할아버지가 동냥밥을 얻어 돌아간 용담산 밑 움막에는 당시 18명의 걸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장애인, 중환자 등 동냥조차 못하는 걸인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말없이 움막 안에서 동냥해온 밥을 그들에게 먹여주고 있는 모습을 본 오웅진 신부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 자신도 걸인이고 몸도 성하지 않은 분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하며 성당으로 돌아온 오 신부가 밤새워 기도하며 깨달은 말이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었다.

이후 오 신부는 주머닛돈을 털어 시멘트 한 포를 사고 냇가에서 모래를 퍼와 집을 짓기 시작했다. 꽃동네가 시작된 것이다.   

최귀동 할아버지의 선종 32주기를 맞아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와 수도자들이 묘소 앞에서 안식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사진제공=꽃동네)

이날 기일을 맞아 묘소 앞에 모인 오 신부와 수도자들은 묘지 비석에 새겨진 ‘최귀동 할아버지 영전에 드립니다’라는 시를 읽으며 할아버지를 추억했다.

성자(聖者)가 된 걸인(乞人) 최귀동, 그는 자신의 안구를 26세 청년에게 기증한 채, 지상에서 사랑의 삶을 마치고 지난 1990년 1월 4일 천국에 올랐다.

그러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을 실천했던 故최귀동 할아버지의 인류애 정신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음성군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삶을 되새기기 위해 ‘음성품바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품바축제는 현재 3년 연속 문화관광체육부의 ‘문화관광축제’, 7년 연속 ‘충청북도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2년간은 코로나19 여파로 유튜브를 통해 전면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꽃동네 입구에 세워진 故최귀동 할아버지 동상(사진제공=꽃동네)

한편 꽃동네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필수인원을 제외한 외부와의 접촉을 금한 채,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음성과 가평을 비롯한 전국의 꽃동네는 국내 감염확산이 시작되자, 곧바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가톨릭교회의 방침에 따라 종교적 모임이나 행사를 일체 중단했다.

또한 미사는 꽃동네방송을 통해 중계되어 전국의 시설에서 TV를 통해 봉헌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른 백신접종도 철저히 이행되고 있다.

현재 자원봉사자 등 외부의 손길이 끊기면서 수도자들과 직원들의 몸과 마음도 지쳐가고 있지만, 이들은 어김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필수인원을 제외한 외부와의 접촉을 원천차단하고 있는 꽃동네 정문.

고병택 기자  estimes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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