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금왕읍행정복지센터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음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 · 음성노동인권센터 관계자들.(A씨도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지적장애 2급 · 청각장애 4급 장애인이 국가 지급금을 받지 않겠다며 장애인등록증을 반납하고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파문을 일으키는 가운데, 진상규명에 들어간 충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8일 조사결과 일부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음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따르면 장애인 A씨는 지난 2월 24일 자신의 통장관리인 B씨와 함께 금왕읍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장애인등록증 반납 및 기초생활수급자격에 대한 취소를 신청했다. 

B씨는 수 년전 사실혼 관계로 추정되는 A씨의 남편이 사망하자, A씨가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장애인연금 및 기초생활수급비 통장관리인으로 지정됐다.

그동안 A씨는 매월 장애인연금 약 38만원, 기초생활수급비 약 73만원 등 110여 만원을 지급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달 3일 A씨의 모든 자격이 취소되면서 매월 지급금도 자동 중단됐다. 스스로 국가에서 지급하는 돈을 받지 않겠다는 흔치 않은 사례이다. 

당시 기자와 만난 충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신해 관장은 “국가에서 지급받는 연금 및 수급비를 본인 스스로 받지 않겠다는 사례는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드물다”며 “깊숙한 내막은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음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 ·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지난달 24일 금왕읍행정복지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A씨의 장애인등록증 반납건에 대한 실체를 규명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또 다른 추가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

충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B씨는 A씨 명의의 통장에서 CD를 이용해 총 78회 돈을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A씨는 사용처를 알 수 없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B씨는 A씨를 계약자로 하는 우체국보험 등 총 4건의 보험에 가입한 후, 수익자를 모두 자신의 아들 이름으로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2건의 보험은 B씨 명의로 수익자를 변경하고 나서, 이후 또 다시 자신의 아들 이름으로 재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서도, A씨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충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설명했다.

이 밖에 A씨가 거주하다 지금은 퇴거한 주공임대아파트 입주 당시 보증금 약 9백만 원의 행방도 묘연하다는 게 충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입장이다.

이 기관 관계자는 “현재 수익자를 B씨 아들로 변경한 이유, 장애인등록 및 공적급여 취소 이유, 또 다른 추가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고자에게는 지금까지 조사상황을 구술로 전달했다. 현재 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있다. 곧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지난달 24일 박제욱 금왕읍장과의 면담 모습.

인지능력 부족한 A씨 의사 제대로 반영됐나?

한편, 이번 반납 및 취소 과정에서 인지능력이 부족한 A씨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박제욱 금왕읍장은 음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 · 음성노동인원센터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민원상담 과정에서 취소하지 말도록 몇 차례 종용했으나, (A씨가)눈물까지 보이면서 취소를 요청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제욱 읍장은 “(통장관리인 B씨가) ‘장애인자격을 다른 사람이 이용할 것 같아, 일단 반납을 했다가 다시 회복시키려 했다’는 말도 있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A씨 관련건은 충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신해 관장을 통해 충북도에 문제가 제기됐고,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음성군은 반납했던 A씨의 장애인 및 수급자격을 원상회복 조치했다.

고병택 기자  estimes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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