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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농민 · 노동자 · 장애인의 절망을 대변하는, 후보자는 없었다”<기고문>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
‘선택, 음성군수 후보자 초청 토론회’ 관전평

오는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22일 앞두고, 음성군수 예비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첫 방송 토론회가 열렸다.

MBC충북이 개최한 ‘선택 2022 음성군수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지난 10일 오후 5시 55분부터 1시간 동안 MBC충북 지상파 채널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구본상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조병옥 예비후보와 국민의힘 구자평 예비후보가 참여해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이를 지켜봤던 군민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진영에 따라 “자신들이 우위를 점했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 놓기에 바쁘다. 과연 그럴까?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의 관전평을 농촌/농업, 노동, 인구, 교통, 기후위기 등 5개의 담론으로 나누어 2회에 걸쳐 싣는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다./편집자주

(왼쪽) 박윤준 상담실장. 오른쪽 위 /조병옥 예비후보. 아래 /구자평 예비후보.

* 서두

구자평 후보의 경우 모두 발언 서두에서 '사회적 약자'를 강조했지만 끝은 혁신도시, 혁신도시, 혁신도시였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충북도청을 혁신도시에 옮긴다는 공약도 있는 것을 보니 구자평 후보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아리송했다.

여성, 농민, 장애인을 위해서 여성발전센터, 농민회관, 장애인회관을 짓겠다고 했다.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불평등과 차별을 겪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농민은 어떤 처지에 내몰려 있는지, 장애인의 상황은 또 어떠한지, 현실 인식이 매우 빈약해보였다. 

건물 짓고 예산 사용해서 프로그램 돌린다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신장될까? 

안일한 현실 판단에 손쉬운 해법을 찾으신 것 같다. 

토론하는 모습에서도 준비가 안 된 티가 많이 나 보였다. 현직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하는 것으로 작전을 짜신 것 같은데 다음 토론회에서는 본인 내용을 충실히 준비하는 데 신경 쓰시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병옥 후보는 현직 군수로서 지난 4년간 기업 투자유치와 공모사업 선정, 그리고 국비와 도비 조달을 가장 큰 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그 사실을 가장 많이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아마 이게 조병옥 후보 스스로 가장 큰 장점이자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도청에서 근무했던 행정직 공무원으로서 쌓아온 역량을 군수 재임시절 최대한 활용한 걸로 보인다. 아쉬운 것은 그 뿐이라는 점이다. 

그는 관료제에 충실한 사람이고 그 시스템 안에서 열심이었다. 

그 수많은 공모사업이 실제로 군민들에게 어떤 기여를 했는지, 기업을 유치했지만 주민을 얼마나 고용했고, 일자리의 질은 어떠했는지...  이런 이야기는 단연코 없다. 

겉보기는 거창하고 화려하지만 탁상공론, 보여주기식 행정, 군민 없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 군수가 국회와 도를 상대로 영업만 하는 세일즈맨은 아니지 않는가.

조병옥 예비후보가 주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MBC충북 유튜브 캡쳐)

* 농촌/농업

구자평 후보가 농촌 인력 부족 문제를 짚은 것은 "농산물 공동브랜드 음성명작 명품화"라는 조병옥 후보의 좋은 말 대잔치보다는 나아 보인다. 

농촌 인력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 토론회에서는 그 내용이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보도자료에 따르면 자동화/기계화를 통한 해결이다. 

관련 팀을 신설하여 노령인 농업인에게 기계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다. 

보도자료에서 구자평 후보는 "음성군의 농·축산 산업을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녹색기술(GT)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6차산업으로 확대 추진해 음성군을 스마트 농·축산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했는데 그럴싸한 기술적인 언어로 정책을 포장하는 버릇은 빨리 버리셨으면 좋겠다. 후보 스스로 이 내용을 잘 알고 있을까 의문스럽다.

조병옥 후보는 음성군이 이제 도농복합도시로서 산업도 성장하고 농촌도 사는 도시가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농촌 얘긴 없고 온통 신산업 육성 얘기만 있다. 곧 건설될 소방병원과 연계해 "소방산업 클러스터"을 짓겠다는데 왜 이게 우리 지역에 필요한지 설명이 없다. 

조병옥 후보를 보면 그냥 요즘 유행하는 산업 유치하면 군민의 삶이 나아지리라는 "맹목적인 시장주의자"로 보인다. 

그가 만약에 당선되면 그는 또 열심히 중앙부처와 도청을 드나들면서 사업을 따오고 예산을 따와서 산을 밀고 자연 부락 사람들을 뿔뿔이 이주시키고 공장을 세우고 지역총생산량과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자기 자신에게 공을 돌릴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다시 말해 '말로만 농촌/농민'이고, 그의 진심은 '미래 먹거리' 신산업 제조업 육성, 강화를 향해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곡물자급률이 20%가 채 되지 않고, FTA이후 자유무역협정을 계속 맺으면서 식량 주권을 해외 거대자본 시장에게 빼앗기고 있는 세태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어보였다. 

지구온난화 심화로 기후 변동성이 커지고 자연재해, 병충해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농촌과 농민의 절망을 대변하는 후보가 없었다. 

기계 몇 개 농촌에 가져다 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농지를 없애고 산단을 세우고 지금보다 더 많은 아파트를 올린다는 사람이 무슨 농촌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구자평 예비후보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MBC충북 유튜브 캡쳐)

* 노동

오늘 토론회에서 "노동"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는데, 차라리 내가 언급을 놓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동은 토론의 주제로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일자리, 경제성장 따위의 추상적인 개념 말고 실제로 그 일자리에 들어가 일하고 있는 사람,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 타인을 돌보는 사람,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인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 없이 경제만 이야기하는 정책은 노동을 경제를 돌리는 데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노동자는 숫자, 부품처럼 갈아끼워지는 존재로서만 다룰 뿐이다. 

지난 한 달간 음성에서만 3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지만 그런 비참한 지역 현실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입 뻥긋하지 않는다. 

일하다 돈 못 받는 것은 둘째 치고 인간 대접 못 받고, 수시로 무시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지역 노동자들의 일상에 대해서 경제성장이 무슨 답을 해주는가? 

그 일자리가 ‘죽을 자리’라면 일자리 느는 것이 뭐가 좋은 것인가? 

큰 기업이 들어오면 노동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 사회에 노동의 지위를 높이고,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는 것이 큰 공장 하나 유치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일이다.

[이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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