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가 없던 추운 겨울, 화구를 버스에 싣고 청계산 입구 종점에 내려 눈 덮인 길을 무거운 걸음으로 백운저수지를 돌아 한참을 지나면 초가집 몇 채가 있는 마을에 도착해서 사생을 했었다. 

조금 붓질을 하다 보면 추위에 몸이 얼어 작은 모닥불을 만들어 손을 녹이고 차가워진 도시락을 데워 먹으며 스스로 깊어지는 어둠을 느끼며 해질녘까지 그림을 그리곤 했다.
스물을 겨우 넘긴 80년대 초 쉽지 않던 접근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사생을 하던 시절 서울 근교에는 약간의 초가들이 남아있었고 혈기넘치던 나의 젊은 시절은 초가집과 서울의 달동네를 그리며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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