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뉴스1 충북세종 본부장

무술년 새해의 최대 화두는 지방선거다. 언론마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프로필이 주요 뉴스로 등장했다. 정치권도 분주하다.

촛불의 명령임을 받들어 적폐 청산에 열중인 문재인 정권과 이를 정치보복이라 저항하는 보수정치권의 외침에 대한 민심의 향배는 결국 150일여 남은 지방선거에서 판가름난다.

탈원전, 공무원 증원, 복지확대, 위안부 합의 파기, 친노동정책 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도 이때 평가 받게 된다.

지역 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것과 병행해 정권의 중간 평가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모든 선거 결과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던 충북에서도 지방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지역신문을 장식한 지면에 새로운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큰 인물이 아니라 인생역정의 성공적 스토리가 있거나,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비전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적당히 현실의 특권을 누리려는 전·현직 단체장과 한 단계 점프를 노리는 지방의원들로는 신선함도, 감동도 주지 못한다.

현역시절 자기 영역에서 지역이나 공동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부림치던 모습을 보였던 인사들이 없기에 ‘희망’이란 단어가 선뜻 나오질 않는다.

일부 기대를 갖는다면 확실한 정체성과 가치를 가진 일부 지방의원들이다. 나머지는 고위관료를 지내며 특권을 누리다 정권의 부름을 받지 못하자 선출직 공직자로 변신하려는 명망가들이 주를 이룬다.

각 당이 추진중인 인재 영입은 온도차가 극명하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당 지지도 또한 압권인 더불어민주당에는 예비후보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반면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게 한 자유한국당에는 선거철임에도 장(場)이 서질 않는다.

민심에 부합한 반성과 혁신의 노력이 없이 저급한 패권 노름에 치중했기 때문으로, 이대로 가다간 지방선거 필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인재 영입차원에서 구걸하듯 사람 모시기에 공을 들이지만 쓸만한 인사들은 손사래를 치는 형국이다. 이대로 선거판이 굳어진다면 충북지역 지방선거는 구태 인물들 간 대결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시종 지사(더불어민주당)의 3선 출마가 최대 관전 포인트인 충북지사 선거를 전망해 보자.

같은 당 소속의 한 중진 의원이 이 지사의 무능과 세대교체를 비판하며 도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 또한 재임 기간동안 겸손과 성실하다는 이미지 외엔 뚜렷한 업적이 없어 민심에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지사에 출마하면서 변화한 결기나 열정에 감동을 줄지 모르나 그의 평소 성품을 볼 때 그런 통 큰 결단을 기대하기란 1%의 가능성도 찾기 어렵다.

집권을 경험했고 수권을 노리는 한국당 후보들의 면면은 더욱 초라하다. 정당 지지율에서부터 여러 가지로 불리한 정치 환경 탓인지 선뜻 나서는 인물이 없다. 전직 관료 출신 2~3명이  거론되는데 이들 모두 ‘지역발전’이란 거시적 담론 외엔 정체성과 가치가 모호하다.

이마저 사즉생의 결기보다는 ‘지선에 총선 공천’까지 끼워 팔겠다는 세트 전략공천으로 등 떠밀려 나서게 됐다는 말까지 들린다. 정치는 말로하는 것인 데 치열함이 없으니 감동의 메시지도, 권력의지도 보이질 않는다.

이런 이들이 어떻게 낙후된 충북, 가난한 충북을 도약시키겠다는 것인가. 향후 선거지형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지만 현재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연이어 불거진 코드인사나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대로라면 이 지사의 3선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말이 나오질 않는가.

현직 시장의 중도하차로 무주공산이 된 수부도시 청주시장 선거에는 무려 10여명이 출마의사를 표시했으나 새인물이 없다. 다만 지방의원 출신의 용감한 도전이 눈에 띈다.

높은 당지지도를 등에 업은 민주당에선 현직 단체장에 대한 공적 평가와 함께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해 경선에 의해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지방의원들에게 큰 정치의 기회를 열어주고 경선 흥행으로 선거분위기를 압도한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벌써부터 싹이 노랗다. 정치 지형의 불리함과 당의 위기상황을 명분으로 고만고만한 후보를 두고 전략공천과 후보 내락설이 흘러나오면서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 20대 총선 공천을 잘못해 총선 참패와 함께 탄핵을 당한 계파정치 적폐의 악몽을 벌써 잊은 듯하다.

출마자들의 체급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아무런 지역 연고도 없는 전직 시장 부인이 시장과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겠는가.

문제는 이들에게 맡겨질 충북과 청주의 미래다.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에 가까운 충북의 도세를 어떻게 회복하느냐인데 이들로선 역부족일 듯하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도 지역 살림을 책임질 감동의 스토리와 공직사회에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을 가능성을 가진 인물이 보이질 않는 게 암울할 따름이다.

지금 충북은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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