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대한성공회 음성교회.

/자료제공=대한성공회 음성교회.

/자료제공=대한성공회 음성교회.

일제강점기 이후 근 100년간 음성지역의 종교 · 항일운동 · 지역사 · 건축사가 축적된 한옥성당이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다. 

충북 음성군 읍내리에 소재한 대한성공회 음성교회는 1910년 영국 선교사 김우일(Wilfred. N, Gurney) 신부에 의해 세워지고 대한성공회 최초의 한인 사제인 김희준 신부의 첫 부임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음성교회는 한일합방으로 나라를 잃은 민중들이 절망에 빠져 있었던 역사의 대변혁기에 출발했다. 이러한 태동의 역사적 배경은 후에 강력한 항일운동으로 표출됐다. 

일제강점기 소속 신도들의 지역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고, 신명학당을 설립해 민족교육 실시 등 지역의 근대사 · 교육사에 있어서 그 의미가 높다.

1933년에 세워진 신명학당은 교회에서 운영한 음성군 최초의 사립학교로, 당시 민족교육의 산실로 수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졸업시켰다. 일제에 의해 1944년 강제 폐쇄 당했다.

공교육이 자리잡은 70년 이후 음성군 최초의 유치원인 신명유치원의 모태이기도 하다.

/자료제공=대한성공회 음성교회.

(왼쪽) 김우일 신부/자료제공=대한성공회 음성교회.

“더 훼손되기 전에 원형 찾아 보수 정비해야”
대한성공회 음성교회 한옥성당은 1층 목조건물로 건축면적 164.73㎡, 연면적 102㎡ 규모로 1923년 조성됐다. 1910년 초기 성당 사진 자료 등도 아직 남아 있다.

구 출입구는 맞배지붕, 제대쪽은 팔각지붕으로 되어 있으며, 평면은 서양의 바실리카식 교회건축 공간구성을 따르고 있다. 

특히 양쪽의 제의실, 성소실과 기둥의 배열 등 독특한 건축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한옥성당의 토착화 단계를 보여 주고 있다.

그동안 음성군과 교회는 한옥성당 보존을 위해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해 왔다. 

먼저 지난 2008년 문화재청에 문화재 등록을 신청했으나, 2010년 ‘문화재 등록 검토 보류’ 회신을 받는다. 이후 10년이 지난 2020년 충청북도 문화재위원회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심의가 가결됐다.

당시 심의 내용에 따르면 이 건물은 부분적으로 원형이 많이 변형되었고, 현재 건물 여러 곳에 훼손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서양건축의 수용과 전통건축의 근대적 변화를 조명할 수 있는 건축사적 의미를 지닌 귀중한 자료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 건물이 갖고 있는 가치를 중심으로 자료관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더 훼손되기 전에 원형을 찾아 보수 정비하고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충청북도 문화재위원회는 ‘변형된 부분(중축부) 원형복원을 위한 ‘원형복원이행확약서’ 제출’이라는 조건부 의견을 달고, 문화재청에 등록을 재신청했다.

음성교회는 이에 동의해, 확약서는 물론 신자들의 모금을 통해 ‘등록문화재 지정 요청 자료보고서’를 제작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올해 5월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등록문화재로서의 등록가치 미흡’ 이라는 최종 부결 판정을 받았다. 

대한성공회 음성교회 한옥성당.

/자료제공=대한성공회 음성교회.

/자료제공=대한성공회 음성교회.

신자총회 “철거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10여 년에 걸친 국가문화재 지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음성교회 신자들간에 “철거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음성교회 박재원 신부(대한성공회 대전교구 교무국장)는 먼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옥성당을 지키기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 그러나 국가문화재 등록이 부결되고, 더 이상 유지보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존하기 어려우면 철거할 수 밖에 없다’는 신자총회의 의결 후 재단에 철거 승인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신부는 “음성군과 충북도는 (지방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신자총회의 결정을 바꾸기 어렵다. 그러나, ‘위치이전’을 전제로 지방문화재로 지정되면, 교회와 재단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성군 소유의 군유지로 이전하거나, 교회 내 현 위치에서 5~6m 정도 안쪽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 2가지 안을 제시해 놓았으나,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박 신부는 “만일 충북도 문화재로 지정되고, 해체 이전시켜 원형복원이 되면, 교회가 소장하고 있는 문헌 및 사진 등 역사적 고증자료들을 전시할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충북도와 음성군의 확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음성군 관계자는 “위치 이전 문제는 음성군이 확답할 사항이 아니다. 충북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되면 이전 문제도 충북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다시 거쳐야 한다”며 “앞으로 충북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재로서는 충북도의 지방문화재 지정은 가능한 것으로 전망된다. 

음성지역의 종교·교육·문화·사회 등 근대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한옥성당의 보존을 위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고병택 기자  estimes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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