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맥주, 빵 등 각종 생필품과 식료품값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맥스 등 전 맥주 브랜드의 공장출고가격이 인상된 27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하이트진로 맥주들이 진열돼 있다. 하이트와 맥스의 500㎖ 한 병당 출고가격은 1079.62원에서 6.21% 인상된 1146.66원으로 67.04원 올랐다. 2012년 7월 이후 4년 6개월만이다. 2016.12.27/뉴스1 © News1

최근 2년사이 소주와 맥주 등 주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소리 없는 증세' 효과가 극대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기업들이 얻는 실익도 크지만 가격 구성을 들여다보면 세금 상승분이 더 크다는 의미다.

특히 빈병보증금 인상을 주도한 환경부의 경우 이번 맥주 가격 인상으로 인해 수익(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이게 됐다.

◇"증세없는 복지라더니"…맥줏값 100원 오르면 세금 54원 인상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주·맥주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4%다. 원가의 72%가 주세로 이뤄져 있으며 다시 이 주세의 30%가 교육세로 붙는다.

또 주세와 교육세를 더한 값의 10%를 부과세로 부과한다. 이를 모두 합쳤을 때 맥주 한 병 출고가에 붙는 세금은 54%가 되기 때문에 소주와 맥주 가격을 올리면 세금은 더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2014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각 소주 제조업체들이 출고가격을 올리면서 증세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잠잠해졌던 논란은 최근 맥주가격이 인상되면서 재점화됐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이며 소주는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세금 비중이 54%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주류업체들이 5%만 출고가를 올려도 '소리 없는' 증세효과가 커진다.

실제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주세 수납액은 3조2270억원으로 전년대비 13% 증가했다. 2012년 이후부터 매년 2조8000억원대를 유지해 온 주세 수납액이 주류가격 인상 시기와 맞물려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주류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물가를 안정시켜야할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갑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국내 주류 제조업체들은 대외적으로는 "가격 인상 요인이 축적돼서 제품 값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마다 2~3%만 올려도 충분한데 왜 값을 대폭 올리냐는 지적이 발생하는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늘어나는 세금분을 적용해야 2~3%의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빈병 보증금 인상 덕에 환경부 주머니 '두둑'…"사실상 증세"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기존 용기순환협회는 2014년 12월부로 환경부 산하 한국순환유통지원센터로 공병 관련 업무를 이관했다.

협회가 환경부 산하로 들어가게 된 만큼 이들이 벌어들여 온 빈병 보증금 관련 수익은 환경부가 벌어들인 금액이 된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난해 3분기 미반환보증금 집행내역을 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약 200억원의 미지급금이 발생했다. 4분기까지 합할 경우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빈병 반환 시 소비자에게 돌려줘야할 금액이 반환되지 않아 환경부 산하 기관이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지급금은 제조사들로부터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명목으로 미리 받은 금액(반환률 100% 만큼)인데, 빈병 반환이 되지 않는다고해서 제조사로 돌려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주류업계 빈병 반환률은 90~95% 수준이다.

올해부터 빈병 보증금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환경부가 얻게되는 금액도 비슷한 비율로 증가한다. 이미 반환률이 90~95%에 달하는 상황인데 '빈병 반환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빈병 보증금을 올렸다'는 정부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동안 주류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이를 통해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실제로는 세금이 더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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