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문인협회 한기연 회장

내 고향 음성, 낮은 목소리로 불러보니 문학의 진한 향이 묻어나온다. 오랜 기억은 처음이 더 선명해진다.

1995년 음성문인협회지부가 창립되어 문학의 주춧돌을 세웠다. 작은 동아리에서 발간하던 ‘음성문학’ 제호를 이어받아 2023년 현재 34집 발간을 앞두고 있다.

문학의 불모지였던 음성에서 수필과 시의 씨를 뿌리고 거두기까지 반숙자 수필가, 증재록 시인의 지역사랑과 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고리이다.

반숙자 수필가는 음성문협 초대지부장을 시작으로 여러 곳의 수필교실에서 후배문인들을 지도 양성했다.

그 결과 문학 장르에서 많은 수필가를 배출했으며, 문화예술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여든 중반의 연세에도 수필교실에서 후배 문인들의 글과 삶을 이끌고 계신다.

반숙자 수필가의 지도로 탄생한 ‘수필문학회’와 증재록 시인이 길을 열어 준 ‘둥그레 동인회’는 음성문협 산하 소모임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음성문협은 지역의 문화예술분야에서 눈부신 성장과 동력으로 ‘문학’을 정상으로 끌어 올렸다. 그 중심에서 문학으로 성장한 사람들은 음성예총의 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영역을 넓혔다.

음성예총 지회장의 67%가 음성문협 소속이었으며, 현재 지회장도 음성문협지부장을 역임한 재원이다. 문화예술의 구심체로 문학적 창의력과 역량을 끌어올린 회원들이 있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

특히 문화관광부 우수축제로 지정된 음성 ‘품바축제’의 시작도 음성예총이었다. 그 중에서 음성문협회원들은 부족한 예산을 맞추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참여하면서 오늘의 영광을 마련한 공이 크다.

음성문협의 회원은 60여 명이다. 회원들은 해마다 발행하는 음성문학지 또는 지역 신문의 칼럼이나 기고란을 통해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의 문학장르는 수필이 가장 많고, 시, 시조, 아동문학, 소설 등 다양하다. 개인적인 창작활동으로 문학공모전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하며, 꾸준히 문학적 소양을 쌓고 있다.

이러한 개인의 역량이야말로 음성문협의 위상을 높이고, 다른 회원에게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사)한국문인협회 우수지부 수상 기념 사진.

음성문협은 대외적인 사업의 영역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내부적으로는 수필동인지인 ‘잉홀’ 20집 발간, 시 동인지인 ‘둥그레 동인지’ 26집 발간을 통해서 저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해(2022년)에는 제40회 충북문학인대회를 음성문협 주관으로 개최하면서 지역사랑을 담은 ‘음성, 문학으로 빛두르다’라는 책에 충북지역 문인의 글을 모아 특집을 발간했다.

음성문협 회원의 역량은 ‘품바백서 발간’과 ‘음성예술지 발간’에서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숨은 저력을 발휘했다. 

대외적으로는 반기문유엔사무총장의 고장인 음성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해 왔다.

2007년 제1회 반기문백일장 개최를 주도하면서 그 때 당시 필자는 사무국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행사준비를 했다. 

교육기관과의 면담은 물론 각 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홍보한 덕분으로 700여 명 정도가 참여하는 성과를 일구었다.

코로나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는 백일장을 개최하지 못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을 찾은 결과 작년에는 공모전을 통해 많은 문학인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반기문 백일장의 참가 대상은 대학·일반부, 다문화·외국인부, 고등부, 중등부, 초등부이다.

특별히 음성지역은 외국인의 비율이 인구대비 9~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에 한국생활의 애환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다문화·외국인을 참가대상으로 넣었다.

지난 9월 23일 제13회 반기문백일장을 반기문평화랜드에서 개최하여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문학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8년에는 제1회 반기문시낭송대회를 열어 문학적 감수성을 향상시키고 운율에 담는 문학의 향연을 펼쳤다.

2년의 공백기간을 거치고 작년 2022년에는 예심을 통과한 본선 진출자가 반기문평화기념관에서 거리두기를 지키며 방역수칙하에 무사히 대회를 치렀다.

/(사)한국문인협회 우수지부 수상 기념 사진.

지역과 문학이 공존하는 다양한 방법의 시도는 음성문협을 지역예술의 선도적 단체로 끌어 올렸다. 

2002년부터는 문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문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군민과 함께 하는 시낭송’과 ‘찾아가는 시.수화전’으로 지역정서를 보듬고 문학의 다변화를 모색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군민과 함께 하는 시낭송’ 대신에 ‘찾아가는 시. 시화전’을 확대하여 치유의 힘을 얻고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올해는 지역민심을 살피는 음성군의회와 함께하는 시낭송을 개최하여 8월의 마지막 밤을 아름다운 선율로 마무리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음성문협의 행보는 위기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문학의 힘으로 부상했으며, 2022년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제40회 충북문학인대회를 치르면서 ‘잘 해내겠다’는 회원의 의지와 결속력은 더 강했고 맡은 바 일에 저마다 최선을 다했다. 일상으로의 회복이 전면으로 풀린 시기가 아니어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아울러 그 행사를 볼 거리와 즐길 거리, 문학적 교류 등을 아우르는 품바축제 기간에 진행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오랜만에 반가운 문인을 만나는 설렘과 행복의 장소인 음성으로 충북지역의 많은 문인들이 참여했다.

한국문인협회 김호운 이사장의 문학강연과 예술공연, 소통과 공감의 시간까지 다양하고 다채롭게 이어진 대회는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대회가 끝난 후 긴장이 풀리며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문학의 통로에서 선배, 후배 문인이 함께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충북문협 회원의 동참은 올해 품바축제 거리퍼레이드에 함께 참가하는 인연으로도 이어졌다.

/(사)한국문인협회 우수지부 수상 기념 사진

음성문협 회원으로 시작할 때 20대 중반이었던 필자는 오십 중반이 되었다. 글이 좋아 시작해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지부장이 되기까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학은 삶,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마음 변하지 않고 진솔한 태도로 문학을 마주한 단체가 우수지부로 선정된 것은 전체 회원과 함께 개인적으로도 영광이며,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감사함과 기쁨에 얹어진 막중한 책임감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음성문협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리라.

회원 모두의 삶이 문학으로 승화될 수 있는 협회가 될 수 있도록 문학적 고민을 하고, 더 나아가 지역의 예술적 함양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음성문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반숙자 수필가’의 ‘사람이 돼라’는 지론처럼 음성문협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품성과 문학에의 자부심을 잃지 않는 문학인의 단체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학으로 만난 인연이 모여 삶을 비추는 글을 쓰고 있는 회원 모두의 무한한 가능성과 문학적 소양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음성문협은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 상생하고 튼튼한 문학의 집을 지어 예술의 길을 열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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