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봉을 잡은 유창원 부의장이 의장석에서 조병옥 군수를 앞에 두고, 등 뒤에서 보충질의를 이어가고 있다/'제공=음성군의회 생방송 캡쳐.

고병택 기자.

음성군의회 제36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지난 17일 속개된 가운데 안해성 의장의 부재로 대신 유창원 부의장이 의사봉을 잡았다.

이날 조병옥 음성군수는 박흥식 · 송춘홍 의원의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에 나섰고, 의사진행은 일견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조 군수의 답변에 이어 해당 의원들의 재질문이 끝난 후 예기치 않았던 장면이 벌어졌다.

진풍경(?)은 이날 의사진행을 맡았던 유창원 부의장이 보충질의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유 부의장은 조병옥 군수를 앞에 세워 두고, 윗 단상에서 약 5분에 걸쳐 수 차례 보충질의를 이어갔다. 

결국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앞을 보면서 답변해야 하는 조 군수의 민망한 처지가 고스란히 생방송에 잡혔다.

단상에서 의사진행을 하는 의장 또는 부의장은 불가피한 질의가 필요할 경우, 집행부 및 동료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단상에서 내려와 자신의 자리에서 질의를 하는 게 순리이다.

실제로 8대 의장이었던 조천희 의원이 7대 부의장 시절, 의장석에서 의사진행을 하다가 본인의 군정질의를 위해 사전 양해를 구한 후 자신의 자리로 내려와 질문하는 사례도 있었다.

당시 조천희 부의장은 질문과 답변이 끝나자, 다시 의장석에 올라가 의사진행을 이어갔다.

어쩔 수 없이 의장석에서 질의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먼저 답변에 나선 집행부 공무원에게 상황 설명을 하는 등 최소한의 예우가 필요하다.

“어차피 해당 의원들이 재질문까지 마쳤는데, 보충질의는 서면답변으로 대신하는 방법도 있었지 않느냐”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의욕이 넘쳤던 탓일까?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미치지 못한다” 했는데, 

이날 유창원 부의장은 조병옥 군수에게 어떠한 설명도 양해도 없이 자신이 준비한 질문지를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이에 대해, 유 부의장은 “갑자기 의장님을 대신해 의사진행을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당황스러웠다. 의장석에서도 질의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의회사무과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간단한 질의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그랬던 것 같다. 의사진행과 질의를 동시에 하느라 준비했던 질문도 채 다하지 못했다.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번 더 확인했어야 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의장석에서 질의를 하면 안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마주보지 않고 등 뒤에서 던지는 질문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번거롭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거나, 배려 차원의 가능한 절차마저 무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집행부와 의회는 상호 존중되어야 하고 최소한의 예우는 지켜져야 한다. 

이번 2차 본회의가, 보다 성숙한 음성군의회로 발전하는 반면교사가 되길 기대한다.

고병택 기자  webmaster@e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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