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충북에서 기초자치단체장 예비후보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과열·혼탁 선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에만 도내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입후보예정자 4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대부분 ‘기부행위’와 관련된 것이다.

충북의 모 기초단체장 선거 예비후보인 A씨는 선거구민들에게 무료로 화분·저서를 제공했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A씨는 지난달 중순쯤 선거구민이자 광역·기초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이기도 한 5명에게 ‘당선 기원’ 명목으로 1개당 5만원 상당의 화분 5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3월 중순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선거구민 14명에게 18만2000원 상당의 저서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모두 43만2000원 상당의 기부행위를 했다고 충북선관위는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따르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선거구민이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보은군수 후보로 확정된 김인수 충북도의회 부의장도 ‘41만원 기부행위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선관위는 김 부의장이 지난 3월 말 본인의 선거구 내 식당에서 열린 한 단체 회의에 참석해 10여명에게 41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고, 본인이 초청한 B씨에게 식사비용을 결제하도록 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김 부의장은 민주당 충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취소’ 통보를 받았다가, 중앙당 재심 절차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후보로 확정됐다.

A씨나 김 부의장의 경우 선관위에서 적발한 기부행위 금액은 40여만원 수준으로 비록 소액이지만,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용찬 전 괴산군수는 지난해 4·12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율방범대 간부에게 ‘커피값에 쓰라’며 찬조금 명목으로 건넨 현금 20만원 때문에 결국 낙마했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에 등판하기도 전에 기부행위 의혹으로 이미 자진 하차한 사례도 있다.

음성군수 출마가 유력시됐던 민주당 최병윤 전 충북도의회 의원은 지역주민에게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했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선관위 조사가 시작되자 최 전 의원은 자진해서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동안 음성군수 출마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돼 왔기 때문에 입후보예정자 신분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음성지역에서는 최 전 의원 외에도 상품권을 받은 주민들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최대 30~50배 ‘과태료 폭탄’을 맞을 상황에 처했다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여론조사 관련 위법행위 주의보도 내려졌다.

충북선관위는 지난달 30일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SNS 등에 게시·유포한 충북 모 기초단체장 입후보예정자 C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C씨는 지난달 12일 인터넷언론사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이 운영하는 SNS에 게시해 5800여명의 회원에게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2일부터 이틀 간 공무원, 다수의 기관·단체장, 지인 등 800여명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현직 공무원 신분이다.

공직선거법 60조와 86조에 따라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발표하는 행위도 할 수 없다.

이 밖에 검찰·경찰에서 자체 수사 중인 사안까지 더하면 선거법 위반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방선거 후유증’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4명의 단체장이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낙마했던 민선6기 악몽이 민선7기에도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권자 의식은 높아졌는데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아직도 구태에 빠져있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당선되더라도 수사·재판 등으로 지역이 또 시끄러워지고, 재보궐선거까지 이어진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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