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이하 꽃동네)의 시작점이며 40년 전 오웅진 신부가 단돈 1,300원으로 손수 벽돌을 찍어 다섯 칸짜리 걸인들의 보금자리를 만든 사랑의 집으로 가는 길은 경사 30도에 이르는 매우 가파른 비탈길로 어지간한 등산로의 8부 능선을 방불케 한다. 처음 찾는 사람들은 “하필 이런 곳에 둥지를 틀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법하다.

그러나 당시 가진 것이 없던 오웅진 신부와 18명의 집 없는 걸인들에게 당장 추위와 비바람을 피할 수만 있다면 그곳이 가파른 산비탈일지라도 마다할 겨를이 없었다.

오 신부의 목적은 단 하나 그들을 추위와 배고픔으로부터 구원하는 것뿐이었다.
당시만 해도 바위산 암사면의 갈라진 틈을 비집고 간신히 뿌리내린 외로운 소나무의 처지와 다름 없었을 꽃동네가 40년이 지나 해외에까지 전파될 정도로 성장한 지금도 오웅진 신부의 관심은 오로지 처음의 마음가짐 그대로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추위와 배고픔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은 소망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한다.

어느 시골 다리 밑에서 싹튼 사랑의 꽃씨는 현재 태평양과 인도양을 넘어 가까운 아시아의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동쪽으로는 미국, 캐나다, 아이티 그리고 머나먼 아프리카의 우간다에 이르기까지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해외에까지 뿌리내려 최규동 할아버지에게서 싹튼 사랑의 DNA를 전파하고 있다.

한국 꽃동네에서 파견된 수사, 수녀들과 필리핀 동네 주민들

해외 꽃동네의 시초가 된 필리핀 마닐라의 사랑의 집이 지난 해 12월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꽃동네 박 마태오 수사의 설명에 따르면 “오웅진 신부가 1996년 12월 수상한 막사이상의 상금을 필리핀 빈민들을 위해 기부한 것을 계기로 현지 천주교 교구에서 그 상금으로 설립한 복지시설의 운영을 부탁해온 것이 필리핀 꽃동네의 시작이 됐고, 필리핀을 시작으로 자연스러운 기회가 이어지면서 세계 여러 곳에서 하나 둘씩 요청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필리핀 마닐라에는 오갈 데 없는 거리의 아이들을 모아서 가르치며 함께 살아가는 ‘사랑의 집’과 병든 노인들을 보살피는 ‘소망의 집’이 있고, 중부지역 레이떼섬의 팔로시티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센터’를 꽃동네 수도자들이 운영하는 등 현재 필리핀 전역에 5개의 꽃동네 공동체에 3명의 수사와 5명의 수녀가 파견돼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센터는 2015년 1월 레이떼섬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팔로시티가 폐허가 되다시피 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로지 고아들을 위해 쓸 것을 지목해서 전달한 교황청의 기금으로 해당 교구에서 아동복지 시설을 건립하던 중 마침 태풍소식을 듣고 봉사하기 위해 그곳을 방문한 꽃동네 봉사단에게 팔로시티 교구장이 시설의 운영을 부탁함으로써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꽃동네는 교황이 추기경 시절 그의 고국 아르헨티나에 꽃동네 설립 여부를 오 신부와 논의한 것을 계기로 인연이 시작됐으며 지난 2014년 한국방문 당시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꽃동네를 전격 방문해 국내외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윤시몬 수녀는 “필리핀 꽃동네 설립 20주년을 맞이해 제시 마르카도 주교와 팔로시티 교구장인 존듀에오 대주교, 필리핀 꽃동네 가족 600여 명 그리고 한국 꽃동네 오웅진 신부와 수도자들이 모여 기쁜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하며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다”고 전했다

공덕환 기자  estime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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