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호랑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했다. 그 후 경제가 인간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사람들은 가난이 제일 무섭다고 하였다.

그러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엔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무서워할까? 대답하는 사람들마다 제각기 다르게 대답을 하겠지만 그 중에는 청소년이 제일 무섭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이른 봄 양지쪽 꽃봉오리처럼 더없이 청순하고 아름다운 청소년들이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말이 다소 농담처럼 들리지만 쉽게 간과할 수만은 없는 말인 것 같다.

은퇴의 나이에 접어든 친구가 있다. 안성시에서 수학교사를 하고 있는데 지난 설에 고향으로 성묘를 갔다가 잠시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청소년들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 역시 예전의 아이들과 많이 다르다는 말로 오늘날 청소년의 문제를 토로하였다.

마냥 순수하지만도 않고 마냥 착하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수십 년간 가르쳐 온 친구의 말이다.

인성이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사람의 성격 또는 성품을 의미한다. 인성 즉 사람의 기본 성격 및 심성은 6세 이전에 80%가 형성되고 나머지 20%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 말은 가정이 사람의 기본 성격이나 심성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그만큼 가정은 한 사람의 성격이 형성해 가는데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사람의 인성을 이루어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학교다. 그리고 사회다. 결국 가정에서 시작하여 학교와 사회를 거쳐 한 사람의 인성이 이루어져 나간다.

하나 둘만 낳아서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부모로서 엄격성을 잃고 오로지 똑똑한 아이로 성장시키려는 것이 오늘날 젊은 부모들의 육아 교육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남에게 도움은 못될망정 피해를 주어도 자기 자녀 상처 입을까 그냥 간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세태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식을 사랑하는 일을 나무라고 탓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도리는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을 하면 자칫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교육 중 하나가 청소년 인성교육이다.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인성교육은 학교폭력과 자살, 우울 등 정신건강과 낮은 행복지수 등이 사회문제로 확산되면서, 청소년 인성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다가 마침내 정부는 인성교육진흥법을 2015년에 제정하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학계와 정치계에서까지 나서서 청소년 인성교육을 활성화하려는 현실에도 안도감을 내쉴 수 없는 것은, 인성이 법으로 만들어지고 순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혹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어떻게 법으로 다스릴 수 있으며 가능이나 하겠는가? 인성교육의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인성교육을 정부가 주도하고, 심지어 법제화로 온전히 이룰 수 있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인성은 가정에서 부모와 형제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을 시작으로 부모의 실천하는 삶을 보고, 사회 정의가 보편 상식으로 정착된 가운데 청소년을 향해 참되고 바르게 살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학교 또한 인성발달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 곳일 뿐, 학교 인성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의 인성을 근본적으로 모두 새롭게 다 바꿀 수 없다. 그러므로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만으로 청소년 인성이 바로 설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현실을 외면한 이상일 뿐이다.

인간의 심성을 결정론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의 인성을 키워 자아를 발견하게 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의 목표를 탐색하며, 온정과 이해와 배려로 나를 알고 남을 알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바른 삶임을 가르쳐야 한다.

물론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사회적 책임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청소년을 향해 따스한 가슴과 너그러운 마음을 품어야 한다. 무섭다고 멀리만 할 게 아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는 사회 정의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방법을 만들어 줘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피교육자로만 머물러 있기를 강요하지 말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불의 부정 몰상식에 대한 저항의 삶을 만들어갈 때 그것이 가장 좋은 청소년 인성교육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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