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에서 두 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한 탄부면 구암리 방역초소에서 13일 통제원들이 마을 출입 차량에 소독을 하고 있다.2017.02.13.© News1

전형적인 농촌 자치단체였던 충북 보은군에 '구제역 공포'가 엄습하면서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축산농가는 물론 일반 주민들까지 사흘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구제역 소식에 불안을 넘어 공포감에 휩싸였다.

충북도는 13일 이날 오전 보은 마로면 송현리와 인근 탄부면 구암리 2개 농장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인 소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올 겨울 들어 전국적으로 여덟 번째 의심 증상이다. 이중 충북 보은에서만 첫 농가를 시작으로 여섯 차례나 발생했다. '구제역 진원지' 오명을 뒤집어쓴 셈이다.

그동안 청정 환경을 자랑으로 여기던 보은에서 구제역이 잇따르자 축산농가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지난 8일 동안 여섯 차례나 구제역이 발생한 마로면, 탄부면 일대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은 소 농장 일대에 이중 삼중의 보호막을 치고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다.

일부 농가는 공무원들의 출입마저 기피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항체 형성률 조사를 위해 농가를 방문하려 해도 문을 걸어 잠그고 출입을 못하게 막는 경우가 있다"며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충북 보은군에서 두 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한 탄부면 구암리 방역초소에 13일 마을 주민이 나와 통행차량의 소독장면을 지켜보고 있다.2017.02.13.© News1

맹주일 한우협회 보은군지부장(53)은 일주일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맹씨는 "대부분의 축산농들이 며칠째 잠 한숨 못 자고 축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살처분 보상도 한꺼번에 해주는 게 아니어서 축산농가들은 경제적 고통은 말할 수도 없고, 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백신접종을 해 항체가 형성됐는데도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맹씨는 "백신접종을 지난 8일 완료했다고 보면 항체 형성이 끝나는 이번 주가 고비"라며 "현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보은군청의 한 관계자는 "구제역 확산 소식에 매일 청심환을 먹는다는 주민들도 있다"며 "이곳 분위기는 한마디로 전쟁터"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마을은 마을회관까지 폐쇄했다.

보은의 한 마을 이장은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주민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며 "집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나오더라도 축사 주변에는 발길을 끊는 등 민심이 흉흉하다"고 전했다.  

구제역의 여파로 잠정 폐쇄한 옥천·보은가축시장의 분위기도 황량함이 감돈다.  소 울음소리가 사라진 우시장에는 찬바람만 지날 뿐 사람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특히 최근 5억원을 들여 현대화 시설을 갖춘 옥천 가축시장은 구제역 직격탄을 맞았다. 20년 전 중부권 최대 우시장으로 손꼽히다 쇠락했던 이 시장은 재기를 노렸으나 물거품이 됐다.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13일 오전 충북 보은군 가축시장이 잠정폐쇄 돼 있다.. 2017.2.13/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보은 접경지역 인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보은과 접경인 충북 청주시 미원면에서 소를 키우는 김준수씨(61)도 요즘 소 기침소리만 들어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김씨는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초긴장 상태다. 소 기침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랄 지경"이라며 "매일매일 축사 소독을 하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그냥 (피해없이)지나가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청주 상당구 남일면에서 젖소 100여마리를 키우는 왕근호씨도 "보은에 있는 지인과 통화 했는데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축사 소독은 기본이고, 외부인 출입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여 전만 해도 평온했던 농촌마을들이 구제역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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