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읍 소여1리 안골 마을, 어귀에 들어 서자 낡은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 왔다.
컨테이너 안에는 5~6명의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열악한 시설이다. 이 마을 10여 명의 어르신들은 이곳이 경로당이라고 했다.
‘노인을 공경하는 뜻에서, 노인들이 모여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집이나 방’을 의미하는 ‘경로당’이라는 단어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안골 마을과 소여1리 경로당과는 약 1km의 거리를 두고 있다. 이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 경로당을 이용하기에는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안골 어르신들이 수년째 ‘컨테이너 경로당’의 불편을 감수해 왔던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 안골 마을에 반가운 소리가 들려 왔다.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나선 것이다.

이 마을 주민 남풍우 씨가 자신의 땅 60여 평을 선뜻 기부했고, 경로당 건립을 위한 동네기금도 이미 마련해 놓았다는 소식이다.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다.
남풍우 씨는 “어르신들을 위해 땅을 기부한 일은 고향에 살면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내 세울 일이 아니다”라며 소박한 미소를 지었다.
고석원 반장은 “컨테이너 속에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보내는 어르신들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며 “20여 평 정도의 소규모 마을경로당을 지어, 어르신들을 편히 모시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고 반장은 “지난달 전기세로 18만원이 나오자, 어르신들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괜히 미안해 하셨다”며 “조금 더 안락한 공간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동옥 이장은 “안골 마을 주민들은 우애가 넘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며 고마움을 표하고 “조만간 음성읍에 경로당 건립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음성군도 화답하고 나섰다. 음성군 노인복지 관계자는 “매년 평균 2곳의 경로당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준이 맞으면 추가 건립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신청서가 접수되면 예산 확보 등 구체적인 건립 계획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지, 기금도 마련됐다 하니... 이제 음성군의 손길만 남은 셈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하루 속히 컨테이너를 벗어나길 기대한다.
안골 마을에 가면 포근한 이웃들을 만날 수 있다.

고병택 기자  marco17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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