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아 기자

작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있었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가득 메운 포스트잇에는 ‘여자’이기 때문에 살해당했다는 것에 대한 울분과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에 대한 토로가 가득했다.

사건 이후 여성들은 그들 스스로조차 알지 못했던 생활 속 깊은 여성혐오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또한 그것을 인지하고 바꾸려는 시도들은 예민하고 까다롭다고 취급되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여성을 한정된 틀 안에 가둬놓고 그 틀을 벗어나면 ‘여자답지 않아 좋다’고 말하거나 ‘여성스럽다’고 한다. 쉽게 토라지거나 감정적인 남성을 보며 ‘여자 같다’고 말하거나 조용하고 세심한 여성에게 ‘여성스럽다’고 하는 것들이 바로 그 실례다.

여성을 한정적으로 정의내리고 틀 안에 가둬버리는 행태인 것이다.

이러한 편견은 드라마·광고·음악을 포함한 대중문화 그리고 실생활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주 고객층이 여성인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남자친구, 남편에게 사달라고 부탁하라는 광고 문구나 여성은 항상 남자를 들들 볶고 요구만 한다고 표현하는 개그프로에서 우리는 여성을 허영심 많고 자립적이지 못한 존재로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고 단정 짓거나 운전에 미숙한 사람을 무조건 ‘김여사’라고 부르는 것 역시 편견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술자리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여성의 외모비하나 성적인 농담 역시 여성을 주체적인 사람이 아닌 성적 대상화하는 맥락에서 나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여성은 무조건 지켜줘야 하고 소유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이성관 그리고 외모칭찬은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차별이며 편견이다.

여성과 아이 그리고 집안일을 무조건적으로 연결시키는 것 역시 고질적인 차별이다.

맞벌이하는 부부 중 남편이 아내에게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표현한다든지 일하는 엄마에게 책임감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육아는 여성이 하는 일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겪는 실질적인 차별도 심각하다. 대한민국의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는 OECD 조사 결과 약 36.7% 차이가 나며 고위관직에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현저히 낮다.

유리천장·경력단절이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성 평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역대 최대의 여성장관들을 임명하는 등 다양한 공약실천으로 이행되고 있다.

대통령이 먼저 뿌리 깊은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인권이 올라간다고 해서 남성의 인권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남성들이 가져야 했던 편견과 책임감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진정한 성 평등이 만들어지는 길은 차별과 편견을 하지 않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차별에서 얻어지는 우월감은 건강하지 않다.

변화된 대한민국에서는 차별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평등이 자연스럽기를 기대하며 더 이상 여성혐오나 성 평등 문제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 않길 기대한다.

신수아 기자  estimes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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