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구자평 前 음성군 세정과장

입춘(立春)과 우수(雨水)가 지났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봄!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말입니다. 계절적으로는 완연한 봄이 왔습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영어로도 ‘spring’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도 봄은 느껴보지도 못한 채 새절기(節氣)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이면 끝나겠지

또 다음 달이면 끝나겠지 하던 코로나는 해를 넘기더니 아직도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의 충격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국 천주교 236년 만에 처음 있는 미사중단은 물론 "언택트"니 "비대면"이니 "5인이상 모임 금지"라는 말이 이젠 아주 익숙한 말이 되었습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고 했으니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다"라는 격언도

이젠 단속의 대상이 되고 연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습니다.

안 보면 잊혀 진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현수막은 또 무엇입니까?

형제들과도 마주 앉아 떡국 한그릇 나누지 못한채 성묘길에서 오고가며 새해인사를 나누고, 큰 사위 내외와 작은 사위 내외가 따로따로 집을 다녀가는 올 설은 그래서 기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윷가락을 던지며 서로 얼싸안고 함성을 지르던 모습도 이제 영원히 사라질까 걱정입니다.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은 왔지만 아직 봄 같지 않다." 

이는 본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때 쓰던 말"이라고 합니다.

양귀비와 함께 중국 4대 미인으로 전해지는 王昭君(왕소군)을 두고 이태백이 지은 詩(시) 가운데 있는 글귀입니다. 

왕소군은 前漢(전한) 元帝(원제)의 宮女(궁녀)로 이름은 嬙(장)이었고, 소군은 그의 字(자)입니다. 

그녀는 絕世(절세)의 미인이었으나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의해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불운한 여자였습니다. 

그의 처지를 두고 지은 시의 한 구절입니다.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전에는 몰랐던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지 정말 몰랐습니다.

어느덧 3월입니다.

3월5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입을 뗀다는 경칩입니다. 개구리도 입을 여는데 우리는 아직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습니다.

진정한 봄은 꼭 올 것입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조속히 종식되어 우리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 입을 떼듯이 우리 모두 닫혔던 몸과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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