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노동단체들이 음성군 노동조례 제정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서효석 의원, 천윤미 음성노동인권센터 홍보차장.

음성군 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음성군 노동조례’가 마침내 음성군의회를 통과했다.

음성군의회는 21일 제344회 임시회를 열고, 서효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음성군 노동자 권리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이하 음성군 노동조례)을 원안 의결했다.

이번 조례안에는 노동자의 복지지원 증진과 지원 시책 추진, 적정임금 확보,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 취약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및 기본권 보호 등의 책무를 군수가 지도록 했다.

또한 비정규직 · 저임금노동자 등 취약노동자 및 일반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명시됐다.

군의 출자 또는 출연기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동자의 권리보호 및 증진과 관련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특히 노동자의 권리보호 및 증진을 위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고 자문에 응하기 위해 위원장을 포함 15인 이내의 ‘음성군 노동자권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음성군 노동조례를 대표발의하고 있는 서효석 의원.(사진=음성군의회 홈페이지 캡쳐)

지역의 노동계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즉시 환영논평을 내고 “지금까지 음성군 노동조례는 상위법으로부터 위임받아 수동적으로 만들어 진 조례가 전부였다”며 “그러나 이번 조례는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노동조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환영했다.

이어 “그동안 음성군은 경제 성장, 기업 투자유치를 얘기하면서 정작 경제를 굴리고 공장을 움직이는 노동자를 그림자 취급해왔다”면서 “이번 노동조례는 노동자와 노동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음성군 행정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업인 예우를 위한 조례와, 기업지원과는 있어도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조례는 없었고, 노동자의 권익과 인권을 책임지는 부서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노동자권리보호위원회 실무를 담당하고, 실태조사와 공청회, 토론회를 실행할 전담부서 설치가 다음 과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음성군 노동조례가 통과됐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과제들이 많다. 노동조례는 있지만 이를 집행할 부서는 전무하다”며 “앞으로 책임 있는 노동행정이 이루어지는지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7일 금왕읍행정복지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음성군 노동행정 토론회

한편, 음성노동인권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음성군 내 노동인구는 7만 7천 명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전체 사업장의 93%가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으로, 가장 기본적인 노동법상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년층·여성·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번 조례안은 앞서 지난해 10월 음성노동인권센터가 주관한 ‘일하기 좋은 동네 음성군 만들기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던 서효석 의원이 당시 제기됐던 노동조례와 노동전담부서, 노동실태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서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기업지원을 전담하는 부서는 설치되어 있는 반면 노동행정을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며 노동조례 제정과 노동전담부서 설치를 촉구했고, 이번에 음성군 노동조례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일하기 좋은 동네, 음성군 만들기' 토론회' 참가자들.

고병택 기자  estimes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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