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생극면 시가지에 내걸렸던 현수막이 15일 오후 일제히 철거되고 있다.

음성군 생극면을 들끓게 했던 ‘방축리 자린고비 청빈마을’ 조성사업 무산 사태가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지난 10일부터 시가지에 내걸렸던 수 십개의 현수막도 모두 철거됐다.

생극면 지역사회단체는 15일 오후 6시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야기됐던 음성군과의 갈등상황을 모두 종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7일자 본보, ‘자린고비 청빈마을’ 물거품…“우롱 당했다”, 생극면 분노 폭발)
(9일자 본보, “균형발전 소외, 변방 취급”…들끓는 생극면, 곧 비대위 가동)
(11일자 본보, ‘자린고비 청빈마을’ 무산…생극 분노확산, 음성군 대응책 찾기 고심)
(12일자 본보, 생극주민 분노 확산 ‘일파만파’…군수 참석 행사 ‘전격 취소’)
(15일자 본보, 속보/ 군수 긴급면담 성사…생극 ‘자린고비 청빈마을’ 사태 진정세)

그동안 생극지역 사회단체는 이번 사태의 항의 표시로, “조병옥 군수와의 면담은 물론 관내 모든 행사에 일체 협조하지 않겠다”며, 시가지에 음성군을 규탄하는 수 십개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강경 태세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15일 지역 단체장들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는 이날 아침 성사된 조병옥 군수와의 면담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의를 주재한 최상열 이장협의회장은 “7개 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병옥 군수가 여러 차례에 걸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며, 조 군수와의 면담 내용을 소상히 공개했다.

최상열 회장에 따르면 조 군수는 ‘자린고비 청빈마을’ 사업 추진과정에서 일부 소통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사과하고, ‘수레의산, 청소년 체험의 숲’ 조성사업비 35억원에 15억원을 더해 총 50억원 규모의 사업비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년 체험의 숲’ 사업비 35억원에 15억원 추가 지원

앞서 음성군은 소이 · 원남 · 생극면 등 3개 취약지구 균형발전기금으로 각 5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3년에 걸쳐 투입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생극면의 경우, 15억원의 ‘유아 숲 놀이터’ 조성사업은 현재 실시설계 용역이 진행되는 등 정상 추진되고 있으나, ‘청소년 체험의 숲’ 사업은 2021년 균특사업에 선정된 음성읍 ‘봉학골 산림레포츠 사업’과 겹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때문에 생극면 지역단체에서는 ‘청소년 체험의 숲’ 사업비 35억원을 ‘수변공원 및 어린이공원’ 등 타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이날 조 군수의 15억원 추가 지원 약속으로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짐 셈이 됐다.

이 밖에 조 군수는 ‘자린고비 청빈마을’ 사업비 약 140억원에 상응하는 민간차원의 대체사업 발굴을 제안하며 “지역사회에서 신규 사업 건의가 들어오면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날 회의에서 단체장들은 (가칭)생극면발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2개월 이내에 신규사업을 발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추진위원회에는 20명 내외의 단체장이 참여하고, 전문가를 비롯 공무원들이 자문역을 맡게 된다.

지난 10일부터 생극면 시가지에 내걸렸던 현수막이 15일 오후 일제히 철거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사회단체장 회의 결과를 두고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뒤따르고 있다.

“먼저 음성군과 대화를 한 후, 여의치 않을 때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묵살하고, 비상체제 강경 대응 운운하며 현수막을 내걸더니,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소수의 지역 단체장들이 과연 생극면의 바닥 민심을 헤아리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15억원 추가 지원 약속을 제외하면, 조 군수와의 면담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며 쓴소리를 날렸다.  

‘자린고비 청빈마을’ 조성사업으로 인해 촉발된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후 사업 추진과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책임론 공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5일 열린 생극면 지역사회단체장 긴급 회의 모습.

안동권씨 종중토지 매입 난항…사업 추진 ‘암초
문체부 “명칭 변경 대상 아니다” 불가 입장 고수

한편, 지난 2020년 12월 음성군은 생극면 방축리 일원 42,706㎡ 규모에 총사업비 139억1천만원(국비 50%, 도비 10%, 군비 40%)을 투입해 ‘자린고비 청빈마을’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청빈낙도를 실천한 금왕읍 조륵 선생의 자인고비(慈仁考碑) 정신과 조선전기 대학자인 생극면 권근 선생의 선비사상을 아우르는 공간을 마련, 전국 유교문화의 성지를 만들어낸다는 게 당시 음성군의 포부였다.

지난 2016년 문체부의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계획에 반영된 지 4년만의 결실로, 그해 8월 7일 문체부로부터 사업계획 변경 최종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던 이 사업은 부지 내 39,118㎡의 안동권씨 종중토지 매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음성군에 따르면 대상지는 양촌 권근과 관련된 문화재가 있는 지역으로 ‘자린고비 청빈마을’이라는 사업명칭과 조화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계획상 콘텐츠는 조륵과 권근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사업명칭은 ‘자린고비 청빈마을’로 권근의 이야기를 담기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토지 소유주인 안동권씨 종중은 사업명칭에 권근의 호인 ‘양촌’을 반드시 넣어야 토지 매매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7일 생극면 모처에서 열린 긴급 설명회. 생극면 6개 지역사회단체장들이 참석해 주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를 대신했다.

이에 양촌 권근과 자린고비를 연결하는 포괄적인 이름의 사업명칭이 필요했고, 음성군은 ‘양촌유교청빈문화마을’이라는 변경된 명칭을 마련해 지난 4월 27일 문체부에 요청했으나, 문체부로부터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기존의 청빈영상문화체험관을 양촌유교문화관으로, 자린고비마당은 전통정원마당으로, 자인정은 양촌정으로 변경하는 등 주요시설 명칭도 바꿨으나 별무 소용이 없었다.

“최초의 사업 콘텐츠로, 명칭 변경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는 게 문체부의 입장이다. 

지난달 12일 종중에서도 문체부를 방문해 재요청했으나, 불가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사업명칭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종증은 결국 사업 포기를 결정하고, 토지 매매 불가 입장을 음성군에 최종 통보하기에 이른다.

3년에 걸쳐 추진했던 사업이 물거품 되는 위기에 처하자, 음성군은 (사업명칭에 맞는) 금왕읍 삼봉리 조륵선생의 생가가 있는 지역으로 위치를 바꿔, 문체부 승인을 다시 받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업이 생극에서 금왕으로 옮겨진다'는 급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지자, 생극면 6개 단체를 중심으로 음성군을 향한 성토가 이어지는 등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고병택 기자  webmaster@e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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