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체납으로 경찰 단속에 적발되자 경찰관을 폭행한 부부에게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경찰의 과태료 징수업무 집행 과정이 경찰청 지침에 어긋났고,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성립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A씨(58·여)는 2016년 8월27일 아들의 운동 경기를 보기 위해 남편 B씨(63)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충북 청주의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이들은 경찰관 2명에게 단속돼 도로에 차를 세웠다. 교통법규위반 14건에 대한 과태료 97만원이 체납돼 번호판 영치 대상이라는 게 단속 이유였다.

경찰이 번호판을 영치하려 하자 화가 난 B씨는 경찰관들에게 항의하며 멱살을 잡는 등 폭행했다. 차에서 내린 A씨도 경찰관들에게 욕설하며 경찰관을 2차례 폭행했다.

결국 A씨 부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유죄는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단속 당시 돈이 없어 추후 과태료를 내겠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혔다’는 A씨 부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과태료 납부의사를 밝혔다면 경찰은 피고인들에게 가상계좌를 부여하고 번호판 영치유예증을 발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납부 의사가 없었더라도 경찰서나 주차장 등이 아닌 도로 위에서 영치 시도 등은 경찰청 교통과태료 부과·징수 지침에 어긋나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경찰관들에게 욕을 하고 폭행할 당시 경찰이 적법한 공무집행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1심 판단에 불복,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물론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유예 된 A씨도 무죄로 판단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송인혁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유예 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남편 B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항소심에서 경찰관들의 상황 진술이 달라지는 등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에 의심이 든다”며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적법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살펴보면 B씨를 무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A씨의 경우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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