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9월 10일 무극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오웅진 신부와 최귀동 할아버지. 꽃동네 탄생의 계기가 된다.

1983년 최귀동 할아버지와 오웅진 신부, 맹동면 현 부지의 첫 건물인 본동이 뒤에 보인다.

초기 사랑의 집 가족들과 오웅진 신부, 무극성당 수녀.

지난 1976년 9월 당시 무극천주교회 오웅진 신부와 최귀동 할아버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지 47년이 지났다. 

“사람은 남을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며 허름한 옷에 걸망 하나로 수많은 이들을 살려 내려 했던 최귀동 할아버지. 

그는 오웅진 신부로 하여금 꽃동네 설립의 단초를 마련한 ‘거지성자’였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그의 사랑은 이제 꽃동네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성자(聖者)가 된 걸인(乞人) 최귀동, 자신의 안구를 26세 젊은 청년에게 기증한 채, 지난 1990년 1월 지상에서 사랑의 삶을 마치고 천국에 올랐다.

음성타임즈는 지난 2019년 12월 발간된 ‘음성품바백서’를 토대로 5회에 걸쳐 기획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글 싣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음성예술인들의 희생과 헌신 … 품바축제 탄생
② 품바의 근원과 음성품바축제의 태동
③ 최귀동 할아버지와 오웅진 신부의 운명적 만남
④ 품바축제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그리고 미래
⑤ 영상/ 사진으로 보는 품바축제 (1회~24회)/편집자주

품바 포커스.

품바 – 최귀동 – 꽃동네 - 축제

각설이패의 대명사인 품바가 처음 시작된 곳은 전남 무안이다.

걸인들의 아버지 천장근이 세운 걸인들의 마을 천사촌이 ‘품바’라는 연극으로 김시라가 1981년 일로시장에서 선보이자 3개월만에 폭발적인 인기를 몰아 국내외를 돌며 4천회가 넘는 공연기록을 세웠다.

천장근의 본명은 천팔만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 때 목포에서 부두 노동자로 일하다가 일본으로 실려 나가는 공출미에 반발하며 파업을 일으켰다.

그 사건으로 수배를 받아 이름을 수없이 바꾸며 걸인 복장으로 곳곳을 떠돌며 살다가 전남 무안 일로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가 터를 잡자 수많은 걸인들이 그를 중심으로 뭉쳤다.

그들은 동냥한 음식으로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나 병든 노인들을 데려다가 보살피는 나눔을 실천했다. 천사촌의 규모는 점점 커져서 한때는 100명이 넘는 걸인들의 안착지가 되기도 했다.(출처:전라도 닷컴)

이렇게 탄생한 품바는 가장 소외된 자들의 입으로 토해내는 울분이요, 웃음이요, 해학이었다.

그래서 품바의 힘은 시대상황에 따라 변하는 민초들의 입장고이다.

어느 때는 폭정을 일삼는 관료들을 비판하고, 어느 때는 나눌 줄 모르는 재벌들을 규탄하며 부당한 세상에 던지는 물음이기도 했다.

음성품바는 최귀동이라는 걸인을 통해 탄생했다.

일제 강점기 때 음성군 금왕읍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징병으로 북해도에 끌려가 모진 학대와 고문 끝에 정신이상을 일으켜 고향으로 보내졌으나 가족은 풍비박산 된 상태였다.

오갈 데 없는 최귀동 할아버지는 무극천 다리 밑에 거적을 치고 동냥으로 연명하며 동냥도 할 수 없는 아픈 걸인들에게 밥을 빌어다 먹여 살렸다.

이러한 걸인을 목격한 무극천주교회 오웅진 신부는 크게 감명을 받고 평생을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뜻을 내걸고 전국의 장애인들을 모아 오늘의 꽃동네를 이뤘다. 

음성품바축제가 사랑과 나눔을 근간으로 한 사랑축제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제12회 음성품바축제, '최귀동 할아버지와 함께'

품바축제의 취지와 행사 목적

품바를 현대적 입장에서 해석하면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진다’는 뜻이다. 이 말은 꽃동네 최귀동 할아버지의 일상의 삶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고통과 눈물이 따르기 마련이고, 고통을 이겨내는 슬기로운 기법의 하나로 품바타령이 솟아났고, 시대적 한을 풀어내는 카타르시스로 작용해 왔다.

어렵고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었던 그 시대 음성인의 질펀한 인정을 되새겨 참 행복의 의미를 찾고 함께 사는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 이웃을 배려하는 순수하고 고귀한 삶의 풍정(風情)을 도모한다.

문화예술 계통에 종사하거나 외부 식자층에 있는 인사들은 품바축제야말로 사람을 매개로 한 문화산업으로서 고부가가치를 꾀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이 왜 품바축제를 문화산업이라고 하는가?

음성품바에는 우리고장 출신의 최귀동 할아버지의 사랑과 나눔의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고 궁핍한 시대를 한 많은 구걸의 삶으로 살면서도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충족한 가슴으로 실행한 선행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음성품바는 단순히 각설이가 아니다.

적어도 음성군에서 개최하는 품바축제는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정신문화의 실체여야 한다.

제3회 전국품바축제 이모저모.

품바축제는 왜 하는가?

왜 하필 음성군에서 품바축제를 개최하는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잔치를 통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몸부림치는 흔적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기 고장의 이득이 창출될 수 있는 여건이 있으면 이를 활용하여 문화상품을 만든는 일에 총력전을 펼쳤다.

음성군이 관광자원이나 인적자원의 빈곤으로 고심할 때 음성예총 회원들의 아이디어로 걸인을 주제로 한 ‘사랑과 나눔의 축제’를 기획하게 된다.

음성예총 회원들은 “축제는 독특해야 살아남는다”는 원칙에 부응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축제의 홍수 속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파격이 필요했고 자유분방한 현대인들의 욕구와 맞물려야 한다는 전략적 요소도 고려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가치관 재정립의 필요성이 크게 작용했다.

수 많은 외세의 침입,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 동족상잔의 비극 6.25 그리고 분단 등 우리 민족의 피 속에는 어느 민족보다 진한 한과 울분이 흐르는 독특한 민족정서가 내포되어 있다.

품바는 이러한 한과 울분을 토해내는 하나의 장치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여 음성에서는 어려웠던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고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한 각설이패를 재조명하고, 자신도 장애를 가진 걸인이면서 구걸조차 할 수 없는 무극천 다리 밑의 거지들에게 밥을 빌어다 먹여 살린 최귀동 할아버지의 인류애와 박애정신을 기리고자 축제를 연 것이다.

거기에는 꽃동네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근간으로 작용했다. 

제6회 품바축제, '품바의 익살'

품바축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품바축제의 목적은 서로 돕고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있다. 

품바축제는 식민지 시대부터 50년대까지 한 시대를 전국을 떠돌며 풍자와 해학으로 살다간 각설패의 품바를 예술로 승화시켜 군민이 함께하는 신나고 즐거운 세상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설성문화제나 명작페스티벌 등 축제가 초가을을 어우르는 축제라면 품바축제는 유일한 봄 축제로, 지역을 홍보하는 일은 물론 지역 농산물과 공산품을 전국을 넘어 세계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로 작동되어야 한다. 

또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출생지로써 지구촌 관광객을 유치하고 음성 꽃동네, 하당 이종민 고추박사, 금왕 자린고비 등을 연계하는 관광명소를 개발해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품바축제를 통해 물질적으로 부족함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절약정신을 심어주고 함께 나누며 봉사하는 정신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품바축제의 역사에는 음성예총 산하 각 지부 회원들과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녹아 있다.

2000년 9월 소박하게 시작했던 품바축제는 이제 발전을 거듭해 어엿한 대한민국 유망축제로 빛나고 있다.

제6회 전국음성품바축제 닫음식.

고병택 기자  webmaster@estimes.co.kr

<저작권자 © 음성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