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가 제24회 음성품바축제 '최귀동 기념관'을 찾아,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회상하고 있다.

1976년 9월 10일 무극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오웅진 신부와 최귀동 할아버지. 꽃동네 탄생의 계기가 된다.

지난 1976년 9월 당시 무극천주교회 오웅진 신부와 최귀동 할아버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지 47년이 지났다. 

“사람은 남을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며 허름한 옷에 걸망 하나로 수많은 이들을 살려 내려 했던 최귀동 할아버지. 

그는 오웅진 신부로 하여금 꽃동네 설립의 단초를 마련한 ‘거지성자’였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그의 사랑은 이제 꽃동네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성자(聖者)가 된 걸인(乞人) 최귀동, 자신의 안구를 26세 젊은 청년에게 기증한 채, 지난 1990년 1월 지상에서 사랑의 삶을 마치고 천국에 올랐다.

음성타임즈는 지난 2019년 12월 발간된 ‘음성품바백서’를 토대로 5회에 걸쳐 기획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글 싣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음성예술인들의 희생과 헌신 … 품바축제 탄생
② 품바의 근원과 음성품바축제의 태동
③ 최귀동 할아버지와 오웅진 신부의 운명적 만남
④ 품바축제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그리고 미래
⑤ 영상/ 사진으로 보는 품바축제 (1회~24회)/편집자주

음성예총 제3대 회장, 수필가 반숙자 선생

음성예술인들의 희생과 헌신 … 품바축제 탄생

2000년 9월 처음 열린 전국 품바축제가 올해로 24돌을 맞았다.

시작 당시는 소박한 지역축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충청북도 최우수축제로 선정되는 등 어엿한 대한민국 축제로 빛나고 있다.

축제에는 정신적 지주 개념이 있어야 하고 주요 테마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음성에서는 우리의 아픈 근대사 속에 등장하는 각설이패를 재조명하여 풍자와 해학으로 비애의 한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품바를 구체화하며 전국의 이목을 끌고 있다.

거기에는 정신적 지주인 최귀동 할아버지라는 실체가 있다.

자신도 떠돌이 거지이면서 더 가난하고 아픈 동료들을 위해 밥을 빌어다 먹인 현대의 거지성자, 그 분으로 인해 현재의 꽃동네가 설립됐고 그의 박애정신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제1회 품바축제는 당시 반숙자 음성예총 3대 회장을 필두로 반영호 음성문화예술협회장, 이석문 음성예총 기획팀장, 반기태 · 증재록 전임 회장, 故 정상헌 군수와 아들 정용각 교수를 비롯 수 많은 음성예술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그 시절 품바축제를 준비했던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음성읍에 거주하거나 음성토박이들로, 이들의 열정은 실로 대단했다.

제4회 품바축제 길놀이 퍼레이드/제공=음성예총.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석문 시인은(당시 음성예총 기획팀장)은 “품바축제는 1998년 설성문화제 행사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이석문 시인은 “제1회 품바축제의 슬로건은 ‘나누며 사랑하는 우리’로 정해 추진됐다. 최귀동 할아버지를 모태로 하는 축제이니만큼 나눔과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곳곳에서 도움을 주셨다”고 술회했다.

이 시인은 “품바축제의 시초는 음성예총 회원들의 예술적 신념과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싶었던 욕구의 발로였다고도 할 수 있다. 가끔 축제현장을 배회하며 그 시절을 생각하면 먹먹하기도 한다”며 일순 그리움에 젖기도 했다.

이어 이 시인은 “몇 년간 최귀동 할아버지의 생전의 행적을 지역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기록했다. 주민들의 증언은 한결같았다. 그는 동냥이 아니라 나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시인은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인류애를 세계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 시발점이 품바축제”라며 “품바축제의 정체성은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최귀동 할아버지의 휴머니즘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마차를 앞세워 펼쳐지고 있는 제1회 품바길놀이 퍼레이드./제공=음성예총.

“최귀동 할아버지는 자신의 결핍을 극복하신 분”

수필가 반숙자 선생이 기억하는 최귀동 할아버지의 생전의 모습은 어땠을까?

반 선생은 “꽃동네 초창기 때부터 마음을 함께 한 인연이라 귀동 할아버지를 뵌 적이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반 선생은 “참 잘 생기셨다. 그리고 조용하셨다는 기억과 방문자들이 연세를 물으면 늘 ‘스물여섯 살 먹었어’라고 하셨다. 그분 기억이 시대의 고통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다. 작은 창문 틈을 통해 비치는 햇살을 보시면서 ‘참 좋다’고 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잠시 감회에 젖었다.

반 선생은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 이 결핍을 딛고 올라서느냐 아니면 함몰해 버리냐에 따라 인생이 판가름 난다”면서 “최귀동 할아버지는 자신의 결핍을 극복하신 분이다. ‘결핍은 은총이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신 성자였다”고 전했다.

1976년 9월 12일 최귀동 할아버지와 오웅진 신부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꽃동네 설립으로 이어진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반 선생은 “오웅진 신부님은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분”이라며 “그분의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 대한 불타는 헌신이 고귀해서 꽃동네와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때 신부님이 어려웠던 시절, 내게 ‘힘들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신부님도 나약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봤다. 얼마나 고통이 컸으면 이러실까 생각했다. 이후 신부님에 대한 인간적 면모에 정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반 선생은 “이웃을 위해 베풀면 10배가 넘는 축복으로 돌아온다. 내가 경험한 사실이다. 베풀고 사는 사람은 마음의 부자가 되고 그 사랑의 파장이 축복이 된다”며 ‘품바축제는 나눔이다. 최귀동 할아버지의 이 나눔의 정신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 선생은 “품바축제 초창기에는 ‘전국 거지를 다 모이게 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최근 음성을 대표하는 전국축제로 자리잡은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감회에 젖는다. 그때의 예총 회원들의 순수한 열정을 다시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어 “자신의 생업인 가게 문을 닫고 달려오고 집집마다 다니며 헌옷과 난타 용품을 구하던 회원들, 각 지부마다 품바극을 무대에서 연출하던 단합심, 그들을 위해 손수 밥을 지어 주던 집행부 회원들, 그것은 바로 사랑이고 나눔이었다”고 회상했다.

반 선생은 “가난했지만 솔선수범하고 애정을 바친 초창기의 열정이 초석이 되었음을 상기해야 한다”며 “아무리 축제가 현대화되어 가도 정신적인 모토는 훼손되어서도 파묻혀서도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반 선생은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은총’이라는 말은 곱씹어 볼수록 대단하다. 물질화, 기계화되어가는 이 시대에 사람살이의 근간을 확인시켜 주는 품바축제가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나누는 정신적 축제로 승화되기를 희망한다”며 스물네 번의 축제를 함께한 노 스승은 말을 맺었다.

한편 제24회 음성품바축제는 지난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음성설성공원과 꽃동네 일원에서 열렸다. 

사진제공/음성예총.

고병택 기자  webmaster@e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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